마노아님의 리뷰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고 선택했던 오에 겐자부로의 책.
애너벨 리가 어떤 시였더라... 
책을 다 읽은 후엔.. 성을 유린당한 사쿠라와 오버랩되면서 앞으로는 사쿠라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을것 같다.
그런데 오에 겐자부로가 그 시에서 천착해 낸 것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오리무중...
원문도 설명하고 일본인 누군가가 번역한 것도 설명하고 있지만 왜 아름다운 사랑을 한 그녀의 주검에서
싸늘함을 부각시킬 생각이 든건지 모르겠다. 야나기 부인이 실마리인가?
반정도 읽기까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겐자부로의 문학가적 일상에 대한 몰입이 어려웠다.
아내가 있는 겐자부로의 사쿠라에 대한 호기심도 음흉스러워 보이고,  아직 사쿠라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데
이야기 전개를 위한 계획된 설정이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해서 오히려 아무것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의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서서히 그 내용을 드러내고 일본의 구전인 메이스케 이야기까지
더해져  그 작품만으로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시나리오 밖의 소설의 이야기
즉, 겐자부로와 사쿠라와 고모리에게 엉뚱한 곳으로부터 시련이 날아든다.
하지만 개인적 고통을 승화해내려 하는 사쿠라는 고집을 꺽지 않고,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주려는 마음까지 품었던
고모리는 제작자로서의 손해를 막기 위해 사쿠라에게 무삭제판 애너벨 리의 영화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침몰일 뿐이었다.
영화는 무산되고 고모리의 제작자로서의 명성도 끝나 버리고 사쿠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참으로 교묘한 구도다.
겐자부로와 야나기 부인이 고모리가 무삭제판 필름을 보여주려 했을때 무삭제판의 진실을 모르고 있었을까?
겐자부로는 사쿠라의 은밀한 필름을 기억하고 있었고, 야나기 부인은 사쿠라의 삶을 공유했기에 그녀의 고통의 
근원이 어디인지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짐작하지 못했다는 듯 함께 필름을 본 뒤에야 모든것을 고모리의 비열함에 덮어씌워 
그만을 매도했던 그들이 좀 씁쓸했다.
사쿠라는 긴 터널의 어둠을 뚫고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책을 덮으며 일본이 갖고 있는 아픔과 상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미하엘 콜하스의 운명이란 영화를 매개로 한 주인공 세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미하엘 콜하스의 이야기와 농민봉기를 다룬 메이스케이야기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나리오와 현실, 겐자부로의 어머니 시절의 과거까지 관통하는 일본의 아픔에 대한 오에 겐자부로식 
두드림이 존재하는 이 소설... 거장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