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전화박스"는 슬프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산 속에 엄마 여우랑 아기 여우가 살고 있었다. 아빠 여우는 아기 여우가 태어나자마자 병들어 죽었지만,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가 무럭무럭 큰는 걸 보면서 행복했고, 아기 여우가 곁에 있어서 쓸쓸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을 무렵부터 아기 여우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죽고 말았다. 엄마 여우는 눈물로 온 몸이 흠뻑 젖어 버리도록 슬피 울었다. 슬퍼하던 엄마 여우는, 그동안 아기 여우 때문에 행복했다고 하면서 기운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요하고 한적한 산기슭에 공중 전화 박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 전화 박스에서 흘러 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보면서, 엄마 여우는 마음이 훈훈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엄마 여우는그 전화 박스에서 사내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는 할아버지랑 단 둘이 살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공사장을 옮겨 다니며 일을 한다. 아이 엄마는 몸이 아파 멀리 큰 도시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이는 할아버지의 일이 끝나는 저녁 무렵이면, 공중 전화 박스로 와서 엄마와 통화를 하는 것이다.

사내 아이는 아기 여우 또래였고, 사내 아이가 엄마와 통화를 할 때면, 엄마 여우는 마음속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기 여우를 만나는 것처럼 행복한 마음이 되어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를 보면서, 아기 여우를 잃은 슬픔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저녁, 사내 아이를 보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엄마 여우는 깜짝 놀랐다. 전화가 고장이 나서 전화 박스에 불이 꺼져 있었다. 엄마한테 전화를 걸 수 없게 되어 실망하게 될 사내 아이를 떠올리며, 엄마 여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사내 아이가 오는 발 소리가 들렸다.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를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 여우는 ’내가 그 아이의 전화 박스가 되어 줄 수만 있다면...’  순간 엄마 여우는 전화 박스로 둔갑해 버렸다. 나는 엄마 여우가 정말로 둔갑할 수 있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사실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자기계발서들을 읽을 때는 나도 ’에너지 버스’에 탑승해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실천하려 노력하는데, 며칠 지나면 어느덧 에너지 버스는 멀리 가버리고, 내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세상사에 이끌려 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래도 나는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좋은 기운이 모아 진다고 믿고 있고, 긍정적인 사고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다. 엄마 여우처럼 간절한 마음이라면 충분히 요술을 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

전화 박스로 둔갑한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의 엄마가 되어 통화를 한다. 그런데...   사내 아이는 떠난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엄마가 있는 도시에서 일하게 되셨다면서...

시든 꽃잎처럼 고개를 푹 떨군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엄마 여우,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꼭 안아 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다.엄마 여우 마음 같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오자, 엄마 여우는 옆의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꺼져 있던 전화 박스의 불빛이 천천히 밝아 왔다.

엄마 여우는 전화 박스의 불빛으로 새로운 기운이 솟아 났다. 사내 아이가 엄마를 만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게 되었고,  아기 여우는 마음 속에서 늘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서, 이제는 혼자 견딜 수 있다고 다짐한다.

엄마 여우가 사내 아이를 위해 전화 박스로 둔갑했듯이, 고장난 전화 박스도 엄마 여우를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불을 밝혀 준 것이다. 그 불빛은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것 같았던 엄마 여우의 마음 속에, 등불을 다시 밝혀 준 것이다.

엄마 여우는 사내 아이를 위해, 전화 박스는 엄마 여우를 위해...  누군가를 위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 따뜻한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또 전달 될 수 있으면 더 없이 좋을테고... 전화 박스의 작은 불빛이 엄마 여우의 꺼져 가는 마음 속의 등불을 다시 밝혀 주었듯이, 작은 관심과 배려도 받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기 여우를 잃은 엄마 여우의 슬픔, 또 사내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 엄마 여우의 슬픔을 함께 나누어 주고 싶었다. 또 사내 아이도 엄마와 만나 행복해졌듯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엄마 여우도 새로운 힘을 얻었으니까, 숲 속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