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고 달콤한 [아몬드]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의 아이표정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저 아이는 왜 저 표정인지,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몇장 넘기는 순간 그 표정이 이 책에서 얼마나 열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뇌 속 [아몬드]크기의 편도체가 자라지 않아서 아무런 감정을 못느끼는 아이가 있다. '선윤재'

'예쁜 괴물'로 불리우는 아이다. '괴물'이라는 뜻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찌보면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이기에...

눈앞에서 칼부림을 하는 남자를 보았고, 그 남자에 의해 할머니가 죽었고, 엄마가 눈을 뜨지 못한채 병원에 있다. 오랫동안~

 

고마움, 미안함, 자책, 이런 감정을 전혀 못느끼는 윤재에게 엄마는 상황에 따른 반응을 학습시킨다.

누군가가 뭘 주면 '고맙다' 누군가가 뭘 보여주며 자랑하면 '좋겠다' 상황에 따라 '미안하다'는 것 까지...

나와 다른 가르침과 상황이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신기해서 더 재미있게 이 책을 보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와 엄마가 눈앞에서 그리되고도 아무런 분노도 억울함도 못느끼는 윤재를 보며

이 아이가 너무 가엾게 느껴졌고, 또 다른 괴물 '곤'이가 나타나면서 이 가여움은 더 커졌다.

 

엄마가 눈앞에서 죽어없어지는 것과

기억에도 없던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서 죽어버리는 것

어느 것이 더 불쌍한거냐는 곤이의 질문에.. 난 고민했다. 그리고 후자를 선택했다.

적어도 윤재는 엄마의 사랑을 받았고, 할멈과 행복하게(물론 자각은 못하지만) 살았으니..

어릴적 엄마를 잃어버린 곤이는 엄마를 찾게 된 순간, 엄마가 죽었다. 아무런 감정을 전달받지 못한 채 엄마가 죽었다.

 

 

가여운 두 아이가 어른인 내게 던지는 말, 감정, 행동 모든게 미안했다.

어떠한 기준에 따라 흘러가는 이 세상에서, 그 기준에서 벗어난 채 살아가는 아이들이 겪는 고초가

생각이상으로 힘들었고 화가 났다.

윤교수와 심박사. 어른들인 이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엽고 안타깝기 그지 없는 어른들이었다.

 

 

이 책,

소설이지만 너무 크게 와닿았다.

스무살이 된 윤재와 곤이, 잘 자라줘서 너무 고마웠다.

스스로 이겨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노력한 그 모든 몸짓이 고마웠고 대견했다.

아이들만이 가지는 순수함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동시에 전달 받을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엄마미소가 절로 지어지게 하는 예쁜 괴물 두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