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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이자 소설가인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실학사상을 담은 사상서로서만이 아니라 한국 문학사에서도 중요한" 『열하일기』는 모두가 흔히 제목은 알고 있으나, 접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샘터역사동화 시리즈로 나온 김종광 글, 김옥재 그림의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그런 박지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열세살 소년 장복이입니다. "제가 쓴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는 『열하일기』를 박지원의 관점이 아니라 박지원의 하인으로 따라갔던 열세살 소년 장복이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예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익히 알려진 『열하일기』를 토대로 하되, 최상류층 양반 지식인의 시각이 아니라, 최하층 노비 소년의 시각으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감정을 복원하고자 했어요."(「글쓴이의 말」에서)

앓아누운 아버지를 대신에 대신 괴나리 봇짐·개다리소반과 음식을 짊어진 소년 장복이를 보면 왠지 딱하기도 하지만 기특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 속에서 나오는 장복이의 모습은 당돌하고 개구집니다. 어린 나이에 새로운 사람들과 잘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두렵지 않을까요? 하지만 장복이의 모습은 꽤 유쾌합니다.

또한 중요한 인물인 박지원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뚱선비는 말에 타고 있었다. 말이 불쌍했다. (중략) 모가지에는 조롱박 술병과 문방사우 등이 든 바구니가 걸려 있다. 허리에는 부담롱 네 개가 든 가죽 주머니가 실려 있다. 부담롱에는 옷가지며 홑이불이며 서책 등이 빽빽했다."(17쪽) 장복이의 눈에 박지원은 뚱선비입니다. 이런 소년의 눈을 통해 역사 속의 인물 박지원은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또한 "뚱선비는 자기도 양반이면서 같은 양반이랑 노는 것을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선비님이 다른 양반 나리와 어울리는 것을 좀체 보지 못했다. 조선에서 무예가 제일 뛰어나다는 서얼 백동수 아저씨, 조선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린다는 중인 김홍도 아저씨 그리고 조선에서 제일 머리가 좋다는 중인 김홍도 아저씨 그리고 조선에서 제일 머리가 좋다는 중인 수삼 형 같은, 지체는 낮더라도 뭔가에 매우 뛰어난 이들과만 어울렸다."(53쪽)에서는 장복이의 눈에는 좀 이상한 괴짜처럼 보이지만 당시 사회의 틀을 벗어나는 모습의 박지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최하층의 신분인 노비 소년 장복이. 당돌하고 장난이 많은 한편 다른이들의 아픔을 볼 줄 압니다. 순수한 아이의 눈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과 함께 부조리한 모습들도 드러내 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된 테마는 여행! "두 달하고도 이레다! 나는 괜히 울음이 나와서 주체할 수가 없었다. 스르르 주저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나그넷길 동안 내 머릿속이 얼마나 알차졌는지 내 가슴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아무도 몰라줘도 괜찮다. 무사히 연경에 닿고야 말았다는 기쁨과 보람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213쪽)

한양성을 떠나 의주대로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요동천리를 지나, 만리장성을 넘어 마침내 연경에 도착하는 여정을 통한 한 소년의 변화를 통해 아이들은 무척 다양한 간접 체험도 할 수 있고, 역사에 대한 호기심도 보일 것 같다.

또한 이야기와 함께 하는 그림과 순우리말, 다양한 인물들과 이야기들 또한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호질虎叱」에 관한 내용도 있으니 배울거리 재미거리가 상당하다.

이야기는 연경에 도착해서 끝나지만, 장복이는 나중에 연경에서 겪은 이야기와 돌아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나중에 써보겠다고도 하니 아이들이 책을 읽고 우리의 친구 장복이의 새로운 이야기를 줄겁게 기다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