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서평단 책으로 온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스마일, 스미레!』. 내가 어디서 접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쓰가루 백년 식당』을 비롯한 여러 책을 쓴 작가의 소설이다.
이런 소설 오랜만이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책 좀 읽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서점에서 샀던 『푸른불꽃』이란 일본 추리소설이 떠오른다. 독서에 재미를 붙이기 위해서 일본소설들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하는데, 나또한 그랬다. 아무튼 그런 가벼움으로 인해(물론 수많은 일본 소설 중 가벼운 작품) 독서에 입문을 했다.
아무튼 그런 예전 일이 떠오른다.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읽자고 하면서도 여러곳에 포스트잇을 붙였으니...
"그래.
웃자. 더 크게 웃자.
입술 끝을 최대한 올리고.
응, 느낌 좋은데?
일이 바빠서 이틀 밤을 제대로 못 잔 좀비치고는 제법 훌륭하다. 나는 스마일을 입술에 그대로 남기고 립글로스를 넣었다.
아, 그렇지.
내 이름은 사쿠라 스미레.
벚꽃과 제비꽃에서 따온(일본어로 사쿠라는 벚꽃, 스미레는 제비꽃이라는 뜻 - 옮긴이) 웃기는 이름이 아니라, 영어의 '스마일smile'을 철자 그대로 읽어서 '스미레'라고 지었다고 한다.
시즈오카 현 시골 마을에서 전통을 지키며 간장을 담그는 간장 공장의 외동딸인 나. 예전부터 엄마에게 '소심한 어리광쟁이' 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올해부터는 다르다. 료가 '약간 빈약?'하다고 놀렸던 이 가슴 안에 최고로 멋진 미래에 대한 야망을 품기 시작했다.
감출 게 뭐람?
나는 잠들지 않는 대도시 도쿄의 레코드 회사 '(주)스마일뮤직'을 이끄는 '보스'이자 '우두머리'이자 'CEO'이자 '대표이사'인 여사장이다.
뭐, 직원은 0명이지만"
역자후기에서 보니 작가가 애니메이션 분위기가 풍기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무척 유쾌하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라서 오글거리는 표현들도 있었지만, 라이브장면들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장면이 상상되기도 했다.
인디밴드 'DEEP SEA'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한 32살의 사쿠라 스미레. 일하던 거대 음반사를 나와 1인 레코드 회사 '스마일 뮤직'을 만들고 모든 열정을 쏟지만 정작 'DEEP SEA'는 라이브 무대를 엉망으로 만든 후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하고, 설상가상으로 사귀던 애인과는 갑자기 연락두절이 되는 상황을 맞는 그런 이야기이다.
소설의 초반에 주인공이 과로 때문에 길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 모델이 있다고 한다. 'ONE UP MUSIC'이라는 레코드 회사의 여사장 도쿠라 가나 씨. 작가는 그녀를 밀착취재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음반산업 일과 관련된 것들이 흥미롭게(좀 나열식이긴 하지만) 그려져있다.
"모리사와 아키오 작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과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다.
별다를 것 없는 에피소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고 겪어봤을 상처와 기쁨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사람과 사건들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재치 있고 간결한 문장을 거쳐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커다란 각오나 부담감 없이 모리사와 아키오의 책을 펼친 독자들은, 가끔은 키득키득 웃다가, 이내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어느새 눈가를 촉촉이 적시는 감동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책의 뒷 부분에 작가 소개를 한 부분인데, 이전 작품을 읽지 않아 잘 알 수는 없지만 어떤 말을 하려는 지 조금 알 듯 했다. 텔레비전 뉴스나 인터넷 기사들을 보면서 접하는 사회의 각종 문제들. 그런 큰 것을 보면서는 이런 소설들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읽다보면 일상의 소중함도 다시 깨닫게 된다.
가볍고 재미있는 책을 찾거나, 혹은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들이 이 책을 찾을 거라 생각되지만.
이 책에서 내가 꼽고 싶은 것은, "스미레는 늘 곁에 있던 친구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행복을 실감합니다. 일을 하면서 연애를 하면서 아무리 힘든 시련에 부딪혀도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을 통해 깨달았지요. 행복은 얻는 게 아니라 깨닫는 것입니다."(「저자 후기」, 296쪽)
스마일smile의 바람이 담겨 있는, 항상 멋진 미소를 날리는 주인공의 이름 스미레 처럼 "웃는 건, 늘 타인을 향해서잖아? 우선 타인을 웃게 하기 위해 내 웃음이 존재하고, 그래서 타인이 웃어주면 그 웃음이 내게도 돌아온다는 거야."(130쪽) 아무리 힘들고 구질구질하고 X같아도, 상대의 웃음이나 친절, 화해, 용서 앞에선 무장해제되는 그런 일상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주인공 이름 '사쿠라 스미레'를 들으며 생각난, 그 옛날 일본 노래.
책에서 나오는 건 밴드 노래인데, 지금 생각나는게 없다.
다른 이웃분 글을 봤는데, 의외로 일본 음악에서 다양함과 신선함을 발견한다고...
종종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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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스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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