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리치'의 『천국 주식회사』(원제 : What in God's Name, 2012)는 "유머 작가, 소설가, 극작가. 뉴욕에서 나고 자랐으며,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 『뉴요커』,『맥스위니스』,『빌리버』등의 잡지, SNL등의 방송 프로그램, 픽사 등 열 영화 스튜디오를 위해 희극을 써왔다. SNL의 최연소 작가 기록을 남겼으며, 에미상에 수차례 노미네이트되었다." 라는 작가 소개에서 보듯 상당히 유쾌한 소설이다.

 '천국 주식회사'라는 제목과 소설의 컨셉을 보면 얼마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미생>을 떠올리게 한다.

 천사들은 오늘도 야근

 "기적이 뭔지 확실히 보여 주겠어!"

 하느님은 오늘도 딴짓만

 "지구? 알 게 뭐야, 금요일인데!"

 신세대 유머 작가라는 명칭에 알맞듯 이 책에 나오는 천국 주식회사의 사장은 하느님, 우리가 잘 아는 그 하느님 맞다. 자기 일에 지루함을 느끼고 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등의 일보다 스포츠나 록밴드의 재결합에 더 열을 낸다. 그 밑에는 다양한 부서들이 존재하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하다. '기적부', '파괴부', '중력 강화부', '구름 디자인부' 등. 

 주요인물로 수습 보다 두 단계 위인 직급인 천사로, 기적부의 종합 웰빙과에서 일하는 크레이그, 기도 수취부에서 계약직 천사로 3년간 노예처럼 일하다 이제 막 기적부로 승진한 일라이자, 기적부의 신체적 안전과 소속 브라이언, 기적부에서 일하다가 경영본부로 승진한 대천사 빈스 등이 등장한다.

 극도로 값진 원소인 크세논 개스를 생산하기 위해 지구를 설계한 하느님, 하지만 어느날 재미난 걸 해보자는 생각에 직원들에게 인간을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는데, "그러나 하느님은 금방 그 미물들에게 사로잡혔다. 하느님은 곧, 비즈니스 매니저들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인간에게 할애했다. 하느님은 그들의 스포츠와 전쟁, 노래, 그리고 그들의 발견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인간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마음을 쓰게 되었다. … 오늘날에는 아무도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 하느님은 자신의 전성기가 이미 지나갔는가 한탄하게 되었다. 이제 은퇴할 때가 되었나 싶기도 했다." (69~70쪽)

 그러던 중 하느님은 갑자기 지구를 한 달 후에 파괴할 것이라는 메일을 전 직원들에게 보낸다.

 소설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천국 주식회사에 대한 소개와 기발한 소재들,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전반이라면 후반은 천사들이 인간들의 기도를 들어주는 방법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기적부의 직원들은 다들 즐거워 하지만, 크레이그와 일라이자는 기분이 편치 않다. 자신들이 하는 기적에 대해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느님과 계약을 하게 된다. "자네가 뽑은 기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약속하고, 그걸 다음 달까지 해결해 내면 지구를 계속 유지하도록 하지."

 들어줄 기도의 대상으로는 좀 뻔하지만 이것만큼 많은 이들을 재미있게 하는 것이 없는 소재인 연애. 샘과 로라라는 남여, 둘은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도 답답하게 먼저 나서지 않는 사이이다. 

 어쨌든 황당하지만, 지구의 미래가 이 두 남녀에게 달렸다.

 소설은 심리묘사 보다는 유쾌한 이야기와 대화가 주를 이룬다. 종종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심리들이 나오지만 더 깊이 다루어 지지는 않아서 좀 아쉬웠다. 하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재미있고 기발하면서 가벼운 이야기로는 잘 맞는 듯 했다. 로맨스 코미디로 영상화도 생각나게 한다. 

 한 번 잡으면 쉬이 읽을 수 있는 재미를 갖고 있지만, 이 책은 페이퍼북으로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열린책들 서평단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