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출판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의 두 번째 책은 故장영희 교수의 책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로 여러 라디오 방송에서 했던 '문학 강연'의 원고를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나온 에세이집들에서도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문학과 제자들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생각해 보니 이번 인문교양 시리즈와도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은 1장에서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 에밀리 디킨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조지 고든 바이런 등의 시인들과 그들의 시, 삶과 사랑이야기를 2장에서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등에서 나오는 사랑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영문학자이자 에세이스트로 여러 문학에 대한 책을 냈었기에, 이번 책도 기존의 책과 비슷하지만 장영희 교수의 그 따뜻한 느낌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 

 "문학의 주제를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어떻게 사랑하며 사는가'에 귀착합니다. 동서고금의 모든 작가들은 결국 이 한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는 글에서)

 요즘 아이들에게(물론 이 주제는 모두가 해당하지만) '사랑'은 어떤 의미로 흔히 받아들여질까? 단순히 연애라고 생각할까? 혹은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거나 쪽팔리지 않아야 한다거나 쿨해야 한다거나 등등 말이다. 

 이 책에서는 넓은 의미의 사랑을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완벽한 사랑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작품들은 사실 사랑의 상처에서 쓰여진 것들이 많았다. 사랑은 완벽할 수 없지만 그것이 새로운 힘, 창조의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리 겁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 장영희 교수는 책의 마지막에서 말한다. "청춘이여, 아프게 짝사랑하라"라고 하였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짝사랑이란 삶에 대한 강렬한 참여의 한 형태이다. 충만한 삶에는 뚜렷한 참여 의식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환희뿐만 아니라 고통 역시 수반하게 마련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의 다른 모든 일들처럼 사랑도 연습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짝사랑이야말로 성숙의 첩경이며 사랑 연습의 으뜸이다. 학문의 길도 어쩌면 외롭고 고달픈 짝사랑의 길이다. 안타깝게 두드리며 파헤쳐도 대답 없는 벽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자만이 마침내 그 벽을 허물로 좀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승리자가 된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며,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1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