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요즘 마이크로 프로세서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쾌적하게 게임을 하거나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클럭이 아주 빠르고 프로세서 개수도 6개 이상의 멀티 코어 제품을 생산하는 최신의 인텔이나 AMD 제품을 고르겠지요. 이것이 아니면 저전력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라즈베리 파이 또는 전자적 지식을 많이 요구하지 않아도 재미있고 다양한 회로를 꾸밀 수 있는 Arduino가 인기가 많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신 기술 동향과는 사뭇 동떨어진 인텔 i8080이라는 아주 오래된 프로세서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하드웨어 매니아 또는 공학도들이 선뜻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이토록 오래된 기술에 관해 500 페이지 가량의 두꺼운 책을 썼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최신 기술은 너무나 복잡하여서 현대 cpu에 관한 내용을 설명한다고 가정하면 그것의 1/10도 설명하기 전에 책의 부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몇 년 전부터 운영체제가 아닌 cpu 내부에 보안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사실 2010년 그 즈음부터 존재하던 버그인데 일반 사용자들은 잘 모르고 지나쳤고 몇몇 유능한 해커에 의해 cpu의 권한을 탈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에 공개하였지요. 그리고 cpu 내부에서 명령어의 빠른 처리를 위해 분기예측을 하는데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까지 탑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최신의 cpu는 매우 다양한 기술들이 탑재되어 있고 복잡함으로 인해 기본 동작을 이해하기에는 조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물리적인 하드웨어 프로세서는 아니지만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구현한 i8080 프로세서 에뮬레이터가 인터넷을 통한 웹에서 동작하게 만들었기에 독자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http://ee8080.azurewebsites.net/ cpu 동작 그 자체는 알아 볼 수 없기 때문에 CP/M이라는 운영체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CP/M을 구동 시킨 다음 어셈블리어 소스코드를 작성하고 어셈블러 컴파일러로 컴파일해서 실행파일도 만들어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D100, d200 이런 식으로 디버깅도 가능합니다. 당연하게도 소스코드를 편집하려면 편집기도 있어야 할텐데 CP/M에서 동작하는 word master라고 요즘 통합 개발 환경 프로그램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소스코드는 편집이 가능합니다. 하찮은 편집기 이 녀석이 그래픽 입력 모드와 콘솔 입력 모드라는 2가지 기능이 있더군요. 그래픽이라고 하지만 초라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오래 전에 인터넷을 통해 잠깐 봤던 아주 이상한 언어가 이 책에 소개되어 나옵니다. 이름이 brainfuck이라니… Hello World라는 문자열을 출력하기 위해서

“++++++++++[>+++++++>++++++++++>+++>+<<<<-]>++.>+.+++++++..+++.>++.<<+++++++++++++++.>.+++.------.--------.>+.>.”

이렇게 괴상한 코드를 입력해야 하니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brainkfuck의 축소 버전인 minibf라는 컴파일러 제작도 배울 수 있습니다. 컴파일러를 컴파일 하는 컴파일러 제작이라니.

책에서 제일 흥미가 있던 부분부터 적다 보니 책 순서와는 안 맞지만 아무튼 현대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모태가 되는 녀석이 동작하기 까지 기본 지식을 위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구별법 논리 연산, 진리표, 논리 게이트 소개, 부동 소수, 고정 소수 플립플롭 등등 차례로 이해하기 쉬운 순서대로 저자가 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내용은 인터넷에서 목차를 살펴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이 모든 디지털 논리 소자들이 동작하는 것도 궁금할 텐데 이 또한 웹에서 그래픽으로확인 가능합니다. 그리고 모든 소스코드들이 https://github.com/autumn009/ee8080에서 제공되는데 typex-x-script, jQuery, 어셈블리어, c#(책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깃허브에서만 나옴) 형태로 제공되어 있습니다. 책 내용의 소스코드는 타입스크립트와 어셈블리어 소스코드가 많이 나옵니다. 책 저자가 모든 지식을 그냥 한권의 책에 다 퍼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지면 관계상 중요 부분 위주로 소스코드가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책에 모든 것이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책의 수준이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책이 아니라 컴퓨터 공학 개론 같은 수준이고 번역이 꽤 잘 되어서 편하고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만 교정 작업에서 자잘한 오타를 다 잡아 내지 못한 흠이 있네요. 다음에 인쇄할 때 이런 오류가 제거 되어서 나온다면 더 좋겠습니다.

㈜성안당에서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서 서평작성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