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쯤 어떤 동호회에서 제작한 쿼드콥터라는 비행체 사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기본 몸체는 나무조각을 X자 형태로 만든 단순하고 초라했지만 양쪽에 각각 총 4개의 BLDC 모터에 프로펠러를 갖추고 가운데에는 전자회로 기판이 떡하니 있으니 뭔가 그럴듯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 북한의 소행이라고 의심받은 무인 정찰기 사건이 있었고 최근의 기억이라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수백대의 드론이 평창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장면이 떠오릅니다. 요즘 스포츠 중계 라든지 야외 촬영 예능에서 어렵지 않게 드론을 접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중의 책들이 오픈 프로젝트 하드웨어인 아두파일럿을 중심으로 드론의 조립을 설명한데 반해 픽스호크 드론의 정석은 제목 그대로 픽스호크라는 장치를 가지고 만듭니다. 둘의 차이점이라면 아두파일럿보다 픽스호크가 조금 더 고급형같습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둘 다 오픈 프로젝트라서 다른 상용 하드웨어에 비해서 비싼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기능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풍부합니다. 배터리 측정, 모터 설정, 방향 측정, 가속도 측정, GPS, 텔레메트리 라는 보조 통신 등등 많은 센서 장치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고 1인칭 시점의 아름다운 영상까지 덤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갖가지 장치들을 그냥 곧바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가운데 픽스호크를 중심으로 각각의 센서들을 하나씩 연결해서 교정이라는 작업을 거쳐야만 정확한 동작이 보장됩니다. 순서대로 센서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 장비가 제대로 있을 경우엔 말이죠. 컴퓨터에는 미션 플래너라고 하는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pc와 픽스호크간의 통신을 통해서 각 센서에서 측정되는 값들을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값이 적절한지 아닌지는 저자가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선조정 장치의 조작에 따라 드론의 동작을 사진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위치에 따른 모터의 동작 방향과 프로펠러의 모양 선택도 나오는데 쿼드콥터는 이해가 쉬웠던 반면에 트라이콥터나 6개 이상의 모터가 달린 비행 장치들 같은 경우엔 동작 원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비행체 형태에 따라서 모터의 설정은 제각각 달라야 한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장점으로는 드론 장비가 하나도 없어서 직접 따라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다행히 책이 컬러로 제작되었기에 좀 더 생생하게 간접 체험이 된 것 같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많은 그림과 더불어 큼지막한 실제 사진들이 풍부하게 실려서 단순히 글자로만 빼곡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해가 쉬웠습니다. 또한 글과 사진만으로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중간 중간에 관련 동영상 정보에 대한 QR코드를 인쇄해 놓아서 이해가 안 갈 경우엔 url 주소를 입력해서 하는게 아니라 편리하게 휴대폰에서 동영상 시청이 가능해 이해를 높이려는 저자의 친절한 배려도 있습니다. 하나씩 순서대로 설명해서 나무는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숲을 볼 수 없을까 봐 그런지 저자는 드론의 전체 연결 모습을 책 맨 앞부분에 기본 연결 다이어그램으로 볼 수 있게 한 점도 좋았습니다. 외국에서 만들어진 장비에 대한 설명이다 보니 더 전문적인 내용이 필요한 경우엔 원문을 직접 실어서 설명한 부분도 신뢰를 줍니다. 개인적으로 책 뒷편에 소개된 12kg의 대형 기체가 제일 호기심을 끌었습니다. 농업에 사용되면 정말 유용하겠더군요.



단점이라면 영어를 비롯한 기술용어에 익숙하지 못한 초보자일 경우엔 낯선 용어들 때문에 불편할 수 있습니다. 책 뒷편에 색인이라도 있었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텐데 다음 수정본에서는 꼭 색인을 넣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목차 시작부터 너무 낯선 용어들이 즐비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말로 교체가 가능한 부분도 영어 단어(ESC 예를 들면 변속기같은) 그대로 옮겨 놓았기 때문인데 수정본에서는 우리말로 목차를 제작하고 본문에서 영어를 곁들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군데군데 발생한 오타 때문에 책의 완성도를 낮춰서 아쉽습니다. 다음번엔 이 모든 것들이 수정되어서 나온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