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의 시를 내 친구가 퍽 좋아한다.

 어느 때는 문자 메시지 속에 담아 보내기도 하고 일 때문에 주고 받는 메일 말미에 시 한 쪽을 톡 달아 두기도 한다.

 나는 그래서 언제부터였는지 '김용택'이라는 이름이 참 익숙해졌다.

 김용택이라는 이름에 시인을 덧붙이면 자연스레 그 친구가 전하던 시상과 감각이 되살아난다.

 한동안 그렇게 친구가 전하는 김용택과 그의 시만 찔금찔금 접하다가 나는 이제야 김용택 시인의 책을 구했다.

 흐르는 강물처럼 깊고 담담한 유년과 청춘을 보낸 자연을 노래하는 그 사람이 엮어낸 4계절은 어떤 풍경일까 싶어 풍경일기라고 이름붙은 시집을 정해두고는 기다렸다.

 

어린시절 할아버지 시골집을 필름에 담아온 주명덕 작가의 사진과 덕치초교 아이들의 천진한 그림, 김용택 시인의 이야기.

 

봄 풍경일기 표지의 꽃나무가 마치 노래하듯이 춤을 추듯이 서 있는 이 책은 시골의 봄이었다.

냉혹한 찬바람이 잦아들면 기다렸다는듯이 연이어 무더기를 지는 꽃 꽃 꽃.... 이파리 가득 솟은 나무들, 부지런히 깨어나는 시냇물, 산. 시인이 사랑했던 여인들과 그토록 기다렸던 아내 이야기. 시가 그에게 온 이후로 매번 봄 같은 그의 삶 이야기.

 

꽃과 사랑, 사람에 대한 경이를 담은 그의 봄 풍경일기는 겨울을 준비해야하는 지금 성급하게도 봄을 기다리게 만든다.

 

 

 

매화나무 아래에서 한아름 넘는 내 여인아

가만히 앉아 나물을 캐는 네 모습이 떠오른다. 따사로운 바람이

네 등을 지나고

맑은 햇살이

네 등을 따스하게 비추리라

네 손에 쥐어진 흙은 곱다

먼 산

산허리

내 이마를 치는 산 벚꽃은 피리

 

문득, 너를 깊이 안고 싶다.

 

<풍경일기, 봄의 머리글에 실린 김용택의 시>

 

 

 고운 흙냄새 나는 여인의 등에 황홀한 햇살.

 나물을 쥐고 매화나무 아래를 걸어오는 그 여인을 깊이 안고 싶다는 김용택의 글이 분홍색 물감 마냥 머릿속에서 번진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섬진강을 찾고 싶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오리를 기르면 수심을 길렀다던, 그에게 시를 안겨준 자연이라는 스승의 한 줄기인 강에 서면 자연은 나에게도 시를 보내주지 않을까. 지나치고 애먼 기대일지라도 봄에는 섬진강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