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신사, 빌리에드 릴아당은 처음 들어본 작가.

보르헤스가 소개하는 작가와 그 단편선들을 엮은 바벨의 도서관 17번째 시리즈였던 것 같아.

릴아당이라는 성이 굉장히 특이해서, 그리고 어릴적부터 내가 좋아했던 연보라색 표지라서 단번에  집어들었던 책이다.

 

그러나 중간쯤 읽다가 잠들어버렸다. 릴아당이라는 독특한 성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프랑스식 비틀기를 그의 작품마다 십분 발휘한 빌리에드 릴아당. 어둡고 음산한 이야기와 환상과 실체의 경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몽롱한 주인공들 때문이었을까. 금방 잠이 와버렸다.

단편을 몇 선 묶은 책이기 때문에 책 두께도 상당히 얇은 편인데다 판형도 작다.

오고가는 출퇴근길이나 약속시간까지 잠시 짬이 날 때 금방 읽어버릴 수 있는 단편들.

그러나 스티븐슨의 흥미로우면서도 기이했던 단편과는 달리 이야기가 상당히 무겁고 몽환적이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얘길 하고 싶었던 것일까.... 들여다보지만 작가의 메시지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치 어느 백작이 너무도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그 아내의 환영 속에서 어느새, 그 아내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것처럼.

이것인가, 아니면 저것? 무슨 의도일까? 그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행간을 들여다보고 고민하게 된다.

 

아... 이 단편을 읽으면서 머리 굴릴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머리를 쓰게 되어서 갑자기 잠이 왔나봐.

어쨌든 잠에서 깨어 나머지 반을 다 읽었는데

책을 다 덮고 리뷰를 쓰는 지금은 그 많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 이름도 생각나지 않아, 단 한개도. 왜 일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이 사람의 인격적인 면모나 그 작가적 생애에 대해 공감을 했던 모양이다.

조촐하고 초라하게 살면서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 위선적이고 비열한 귀족들의 속내를 이야기 속에 담았기 때문일까.

과연 어떤 점에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릴아당을 바벨의 도서관 한 켠에 넣었는지 그 의도 역시 나는 읽지 못했다.

 

아, 너무 졸면서 읽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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