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천진하고 개구쟁이인 토토는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그해, 학교로부터 퇴학 권고를 받았다. 주의가 매우 산만하고 호기심이 과도하며 활동력이 대단해서 수업과 급우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 그리고 찾아간 곳이 도모에 학교였다. 자유롭고 신선한 방식의 자율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 학교는 50명의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학생들은 각 학년들 모두가 하고 싶은 과목으로 스스로 공부를 하고 산책, 캠핑, 농사 등 자연을 벗삼아 노는 것을 교육으로 한다. 도시락은 산,들,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싸오고 점심시간때면 늘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해준다. 다같이 발가벗고 수영을 하기도 학생들은 학교가 가고싶어 아침마다 거리를 달려가게 되는 그런 학교.

 

 토토는 그간 소외되었던 자신, 은근한 눈총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자신을 내어놓고 고바야시 교장의 자연주의적 교육 아래 마음껏 뛰어놀며 공부하고 자란다. 그러나 때는 독일에선 히틀러가 한창 유대인 학살을 진행중이었고 일본 본토에마저 전쟁의 포화가 쏟아지는 시기였다. 폭격기의 폭탄을 맞고 불타버린 학교 때문에 그리고 안전 때문에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 토토와 가족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은 피난을 가면서 헤어지게 된다.

 

  일본의 유명한 방송인이자 토토의 실제 주인공인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창가의 토토] 저자이다.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올해의 tv인물 14년 연속 거머쥔 방송계의 명사이자 재치있는 화술로도 유명한데 그녀의 책, [창가의 토토]는 출간 첫해 600만부가 팔렸다고 집계되었다. 이미 8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해 일본 출판계 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31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는 책 날개의 소개를 읽으며 나는 [창가의 토토]를 내가 너무 늦게 읽었구나, 싶었다.

 

 가을학기, 대안학교인 함께 가는 길에서 베이킹 수업을 맡아 선생님이 되었다. 규율과 절차, 조직이 중요한 기존의 교육체제를 벗어나 토토같은 아이들을 위한 학교인 이곳에 나가 베이킹 수업을 하자고 마음먹었을 때 이 책을 들었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잘 알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고바야시 교장선생님의 교육 방침의 기본은 나에게도 새겨두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함께 베이킹을 했던 여덟명의 아이들 각자에게 꼭 필요한 말과 처신을 해주었을텐데.

 

 세상에는 토토와 같은 아이들이 참 많다. 획일적인 교육방침으로는 소질과 영감을 제대로 일꺠워줄 수 없는 아이들이 정말 많다. 학창시절을 온순하고 평화롭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 만약 '고바야시 교장선생님 같은 교육 환경'을 만났다면 분명 지금보다 훨씬 일찍 내 재능과 소질을 찾아 즐겁게 고군분투해 왔을지 모른다.

 

학교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치는 어떤 선생님이 있어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보다 더 부지런히 더 깊고 진하게 계속되어야 한다. 세상에 토토 같아서 불행한 아이들이 단 한명도 없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