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열정을 상실한 젊은이들은 이 세상을 저주하고 그런 젊은이들의 힘에 밀려 구석으로 쫓셔난 늙은이들은 세상을 한탄한다.

 블랙코미디의 대가로 불리는 아르토 파실린나의 [독 끓이는 여자]는 시종일관 이 두 세대의 웃기지도 않은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친아들도 아닌 (무려 조카다, 조카) 난봉꾼 젊은이에게 다달이 연금을 뜯길 뿐 아니라 온갖 굴욕과 시달림을 당하는 우아한 노부인 린네아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치명적인 독을 끓였다. 생활보조금으로 다달이 나오는 용돈 정도의 연금을 받으면서도 사회와 나라를 비난하고 절도, 폭력 심지어는 살인마저 마다하지 않는 3명의 젊은이들이 그녀의 생활, 목숨 뿐 아니라 그녀의 자아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했기 때문이다. 아흔이 넘은 린네아는 전쟁을 체험한 세대일 뿐 아니라 대령의 아내로 험한 시절을 살아온 여자였다. 부드럽고 정에 약하지만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녀는 이 몰지각한 젊은 쓰레기들과 정면으로 맞서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의도치 않게 3명의 젊은이들은 하나 하나씩 그녀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거침없는 풍자와 비유로 자신의 글에 여러 사회문제를 제기해온 아르토 파실린나는 이 글을 통해 핀란드 복지제도의 부작용과 사회 치안의 헛점 등 핀란드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도마에 올렸다. 아들뻘 되는 젊은이들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나온 린네아의 신고를 받고도 출동과 검거에 게으름을 부리는 경찰, 노인들의 연금과 자신들의 연금을 비교하며 일하지 않고도 잘먹고 잘살아보기 위해 온갖 사기와 절도에 열심인 젊은이, 항구와 거리마다 마주치는 노숙자는 건강하고 청명한 핀란드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뭉게놓는다.

 

 무엇보다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사기와 폭행이 판치는 ( 동시에 그런 범죄를 일삼는 놈들이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 사회의 치명적인 헛점을 신나게 비꼬면서 아르토 파실린나는 '정의와 법이 모든 사람의 생활영역까지 골고루 힘을 미치지 않는' 작금의 현실에 분개한다.

 

 그래서 린네아는 독을 끓인 것이다.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능욕 앞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고결한 자살을 꿈꾼 것이다. 그 고결한 자살에의 의지를 아르토는 젊은이들이 저지른 끔찍한 불의와 폭력에 대한 응징으로 치환해 권선징악을 구현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문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안톤 체홉을 읽는 것이 나에게는 더 즐겁다. 권선징악을 구현하긴 하지만 쓴맛이 진하게 남아서인가보다. 때로 정의란 이렇게 내가 끓인 독으로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것인가보다 싶게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