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으로 제인은 충만한 사랑 가운데 있던 아이였다.

 부모님은 집안의 반대와 가난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사랑에 불타 올랐던 커플이었고 제인의 외삼촌은 여동생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제인마저도 친자식 이상으로 사랑해 준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출생한 이후 그녀의 유아기를 지배했던 이러한 애정은 제인 에어가 홀로 남은 그녀의 삶을 진취적이고 당당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잉태한 씨앗이 아니었을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 또한 사랑할 대상을 찾는 것 역시 사람이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해줄 대상이 있다면 모든 것이 충분해진다. 초라한 살림도, 모자란 능력이나 환경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충만한 애정의 요람에서 사람은 자긍심을 익힌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고 삶의 요철을 이겨낼 힘이 거기서 길러진다.

 

 외숙모로부터 받은 처절한 학대, 기숙학교에서의 모욕, 가난이 주는 궁핍도 그녀의 자긍심을 꺾지 못했다. 유아기를 통해 이미 내재되어 있던 그녀의 자긍심은 헬렌과 템플 선생님이라는 아름다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싹을 틔웠고 그녀 스스로 그녀의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하면서 활짝 피었다. 만개한 그녀의 당당함은 평범한 그녀의 외모에 신비한 매력을 더할 정도였으니 이쯤되면 제인 에어는 우리가 왜 (특히 여성들이) 자기의 환경과 외형에 관계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줘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실 '제인 에어' 같은 여성상은 오늘날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구박만 받던 후견인의 집에서 나와 홀로 생활하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가진 것은 없지만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그런 여자. 그래서 평범해보이지만 자기 만의 색과 매력이 분명한 여자. 바로 얼마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시크릿 가든의 여주, 길라임 역시 그런 류의 여성 아니던가.

 

 제인 에어가 특별한 것은 그녀가 단지 가난한 환경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신데렐라 같은 여인이기 때문이 아니다. 성과 계급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대단했던 백 오십년전의 영국. 황량하고 음습한 바람이 부는 그 땅에서 샬롯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탄생시켰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고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밝은 지혜와 애정을 가진 여자. 여전히 이러한 여성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보니 제인 에어와 샬롯 브론테 역시 두 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