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비슷하다고.

 오만과 편견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이름과 배경만 약간씩 바뀐채 엠마에 등장하고, 또 거기서 약간의 변형을 거친 캐릭터들이 그대로 이성과 감성에 등장한다고. 

 

 물론 어느 정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에는 비슷비슷한 인물들과 플롯이 등장한다. 그녀의 각 작품들이 던지는 메시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가 재미있다. 산문계의 셰익스피어라는 별칭은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비슷비슷한 캐릭터가 매 작품마다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매번의 작품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제인 오스틴의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이미 그 내용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이 쓴 원작을 찾아 펴들게 되는 이유 역시 그러한 매력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않을까.

 

 [엠마]는 제인 오스틴의 또 다른 분신이라고 느껴지는 당차고 매력적인 그녀 '엠마'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엠마는 품위와 예절을 알지만 자신의 연애사보다 다른 사람의 연애사에 더 관심이 많다. (지금이야 '이 여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싶지만, '사교'가 하나의 문화이자 놀이이고 여흥이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엠마의 이런 흥미와 관심은 자연스럽다.) 더구나 그 당시 귀족들에겐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을 그 허영과 자만 역시 엠마에게도 장착되어 있어 결국 도가 지나치게 되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엠마 자신의 애정 라인과 시골처녀 해리엇을 비롯한 그녀 주변 인물들의 애정 라인들의 엠마의 계산과 기대를 벗어나며 알아서들 짝짓기를 진행해가고 이에 엠마는 그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생기고 그녀의 예상 밖의 인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허영과 자만을 반성하고 순순히 자신의 오점을 인정한다.

 

 제인 오스티의 작품이 으례 그러하듯 [엠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국 저마다 어울리는 짝을 찾고 주인공 역시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가장 궁금했던 엠마의 반려자는 역시 이야기 초반, 예상했던 그 사람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견문이 그리 넓지 않고, 그녀가 접하고 겪을 수 있던 세계와 자극 역시 한정적이라 그녀가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이러한 (반복되는 설정과 성정을 가진) 남녀의 애정사와 혼인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의 매 작품을 읽을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건 그녀가 각 인물들을 얼마나 섬세하고 정밀하게 그려내는가이다. 아마 타고난 상상력에 깊은 관찰력과 통찰력이 더해져 그녀 세계의 인물과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겠지.

 

 사실 내가 보기에 '엠마'는 그리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아니다. 내 개인적인 시각이겠지만 오히려 상당히 밉상이고 민폐를 서슴지않은, 악의가 없어 더욱 얄미운 그런 인물이다. (어쩌면 혼자 똑똑한 척은 다 하면서 사실 이리저리 실수를 연발하고 있는 엠마가 나와 닮아서이기도 할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마]가 재미있는 이유는 작위적이지 않은 사건 전개와 재미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 특유의 매력 때문이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이 번복되는 플롯과 인물, 대동소이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미있다는 것은 제인 오스틴이 얼마나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이야기와 장치들을 잘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겠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