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와 줄리언 어산지에 관한 르포, 그 세번째 주자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 가장 먼저 출간되었던 다니엘 돔샤르트 베르크의 [위키리크스]가 위키리크스의 핵심 인물이었던 저자의 배경때문에 조금 편협한 시각에서 줄리언과 위키리크스를 바라본다는 느낌을 주었고, 그 다음을 이었던 독일 슈피겔의 두 기자가 쓴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는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기자 특유의 분석력과 냉철함이 살아있는 취재로 깊은 인상을 남겼었다. 위키리크스의 주요 인물이었던 다니엘과 냉철한 슈피겔 기자들의 취재가 낳은 두 권의 위키리크스 르포가 이미 출간되어 있는 지금, 더 이상 위키리크스에 대해 할 얘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북폴리오의 신간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또 다른 관점에서 위키리크스와 그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과 인물에 접근한다.

 

 

 

 슈피겔의 기자들이 집필했던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가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줄리언 어산지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가디언의 두 기자, 루크 하딩과 데이비드 리는 줄리언 어산지 뿐만 아니라  브래들리 매닝 등 위키리크스의 이슈에 관련된 인물과 사건들을 보다 광역적이고 디테일하게 다룬다. 이미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에서 자세하게 다루었던 줄리언 어산지의 어린시절과 인물 자체에 대한 분석 대신 위키리크스가 일으킨 사건과 그 영향들 자체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특히 전쟁일지 공개에 뒤이은 외교 전문들 폭로에 포커스를 맞추고 외교 전문 폭로를 둘러싼 세계의 반응들을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들은 매우 흥미롭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책들 중에서 이 책이 단연 차별되는 점은 아무래도 스타일이 아닐까.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의 전체적인 문체는 부드러우면서도 내용이 명철하다. 핸드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 찍은 느낌의 리포트라기보다 오랜시간 화면과 구성에 공을 들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다. 각 꼭지의 제목은 철학적이면서 서정적이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다만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 대단히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슈피겔 기자들의 이야기에 비해 가디언의 기자들은 상당히 줄리언 어산지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듯 하다. 특종을 안겨주어서였을까? ^^;

 

 독자를 배려한 구성도 인상적이었는데, 책의 서두에는 위키리크스 관련 인물들에 대해 설명한 페이지를 친절하게 실어두었다. 책의 맨 뒤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 (한국어 번역본)도 무척이나 반가운 부분이다. 특히 등장인물 설명 페이지의 경우 소소한 부분이나 이러한 배려 페이지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 독자의 재미를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아직도 위키리크스에 대해 할 이야기가 남아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제까지 나온 책들이 위키리크스의 전부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알고 있는 이슈가 이렇게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느껴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다른 각도에서 관찰하고 더 많은 것을 담아낸 [위키리크스 비밀의 종말]은 위키리크스를 재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이미 출간된 위키리크스 관련 서적을 읽은 사람들에게는 그 뒷이야기 즉, 가장 최근의 이야기들을 접한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하고 아직 위키리크스 관련 책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줄리언 어산지 뿐 아니라 위키리크스와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