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의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배우는 그 어떤 일보다 배우 자신이 직접적으로(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투철하게 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어요.

 

'배우'에 대한 그런 저의 관점이

결코 과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책,

 

[나는 배우다] 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 좀 쓴다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늘 찾아다니는 저는

그 분들의 이야기들에 담겨 있는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어요.

 

"매력적인 작가가 되려면 매력적인 사람이 되라."

 

작가 자신이 매력적이지 않은데,

작가 자신이 훌륭하지 못한데

어떻게 매력적이고 훌륭한 글이 나올 수 있을까요?

 

배우도 같더라구요.

 

[나는 배우다]에 인터뷰를 담은 14명의 배우들이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그들의 인터뷰는 물론 그들의 연기, 작품 역시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겠지요

 

배우는 사람을, 시대를 담는 그릇이라

그 그릇 자체가 견고하지 않으면 작품과 메시지 모두가 무너질 수 밖에 없겠지요

 

 

결국 배우들은 다른 예술가들보다 훨씬 더! 몇배로 더 매력적이고 훌륭한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얼굴이나 몸매가 잘났다의 이야기는 아니구요 ^^;;)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배우들은 자신 스스로에 메시지를 담아내야 하니까요.

배우 자신이, 사람과 시대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어야 하니까요.

 

여기, 14명의 남배우들은 그래서 저마다 깊은 고민과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며 '배우'에 임하고 있습니다.

 

청년은 청년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장년은 장년대로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배우다]를 통해 만난 이 14명의 남배우들은

저마다 색채와 용도가 다르지만 모두 견고하고 튼튼한 그릇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4명의 배우들 모두가 참 멋진 분들이셨지만

 

저를 진심으로 박수치게 만든 분은 이순재 옹이셨어요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순재 선생님은 그간 이순재님의 작품에서 만나던 모습보다

훨씬 더 선이 굵고 깊이있으며 진득하고 강렬한 열정을 가지신 분이었습니다.

 

 

 음악가가 악기를 연주한다고 해서 큰돈을 번다는 전제는 없다고. 예술이니까 하는 거예요. 예술적인 성취감이 있으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일부에선 예술적인 평가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나름대로는 "아, 이것도 예술이다." 충분히 예술적 가치와 예술적 성취감이 있다는 그런 의지와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하는 거에요. 당시의 시각이란 '제대로 공부하고 나서 미쳤다고 여기 와서 이런 짓을 하겠느냐... 그 천대를 받아가면서...'였지만, 당시의 시각과 우리가 목적하고 추구하던 의지는 전혀 달랐어요. ( p 240)

 

 

 

소음이 다 안 들릴 정도로 집중해 연습했단 뜻이지. 요 한 대목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드라마에서는 그 역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자신의 역량을 표현할 수 있는 대목이 얼마 없어요. 그저 흘러가거나 아니면 남을 돕는 거지. 내가 주도해서 어느 한 장면을 만드는 경우는 주인공이 아닌 이상 사실 많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 대목을 살려야겠단 얘기야....... 내가 원하는 것은 이 한 대목을 위해 뭐든 바칠 수 있는 집중력이 있어야 된다는 얘기야.  (p 251)

 

 

아직도 펄펄 끓는 노장의 엄청난 열기와 에너지를 읽어가다 보면

너의 에너지는 어떠냐?하고 물어오시는 이순재 선생님의 음성이 들려오는듯 합니다 ㅎㅎ;;

 

 

김윤석 님은 정말 제가 느무느무느무느무 좋아하는 분이라 ㅎㅎ

인터뷰를 읽으며서도 내내 키득거렸어요

어쩜 이 분은 이렇게 익살스러울수가 있을까요?

씨니컬하면서도 익살맞은 김윤석님만의 매력

정말 술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 그런 분

 

 

 나에게 만약 타고난 재능이 굳이 있다라면 이렇게 그 사람의 어떤 특징적인 부분, 눈에 딱 틀어오는 것들을 잘 느낀다는 거겠죠, 아마. 그걸 재능이라 부르기는 좀 그렇고, 결국은 사람을 잘 쳐다보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 p83)

 

 

(질문; 하동규에, 아귀에. 요즘 계속 그런 역만 맡아서 우울하지는 않으세요?) 그렇지는 않아요. 하동규가 오든, 아귀가 오든 내 정서를 이길 수는 없어요. '이런 놈도 다 있구나' 싶은 정도죠. 연기자가 그 배역에 치이면 안 되죠. 현실이 아니잖아요. ( p87)

 

 

다른 배우들에게는 없는 원초적인 눈빛 ( 이상한 뉘앙스로 오해마셔요;;), 순간의 미묘한 변화까지도 구현해내는 감각

이런 연기자로서의 모습도 정말 멋이 가득하지만

배역에 치이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에, 인간적으로도 강한 심지, 근성이 있으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왜 이렇게 멋지신겁니까!!

 

김명민 님도, 안재욱 님도 참 멋지셨어요

 

그 분들의 작품을 보면서도 당연히 멋진 배우구나를 느끼지만

연기해내는 인물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사람과 시대를 담아내는 배우가 되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분들 자체가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구나를 느끼게 합니다.

 

질문의 폭이 다소 좁아서 몇몇 인터뷰 내용은 역시 조금은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배우들의 팬, 연극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절대 지루하지 않을 내용이었어요.

 

내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열정은

다만 배우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있어야하는 것이기에

[나는 배우다] 의 인터뷰가 더 깊이있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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