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잠들기 전마다 펼쳐 보았던 [당신에게, 러브레터]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사랑'이라는 감성이라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 책은 인생과 사랑과 예술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아주 예쁜 책이었어요.

 

뭉크, 사라 문, 아버스, 베케트, 네루다, 살바도르 달리, 소피 칼, 기형도, 이성복 등

 

미술, 무용, 건축, 문학 등 예술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인들의 인생에 어떤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그들 작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이야기하는  [당신에게, 러브레터]

 

파리에서 예술, 그 자체를 탐닉하며 인생 공부를 하고 돌아온

이동섭 작가의 느끼함없는 담백한 어조가

낯선 예술가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한없이 지워주는

좋은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사랑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사랑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디자인적인 부분에도 굉장히 노력했다는 거였어요

 

 

 

 

 

책 표지의 깃펜과 쪽지들,

그 안에 담긴 드로잉과 끄적인 글씨

 

사랑할 때 우리 그러잖아요.

문자로도 메일로도 전하지만

작은 포스트 잇에나 메모지, 예쁜 편지지에 애써 글자를 적어 전하잖아요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마치 내 책상 구석에 넣어둔

사랑의 편지들, 쪽지들을 모아 걸어놓은 듯한

하지만 그건, 지금 진행중인 그것이 아닌

예전에 지나간 시간의 그림자로 남은 그것을 모아 둔 것 같은

추억의 느낌을 전하는 표지를 가지고 있어요

 

지금 한창 강렬하게 타고있는 사랑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겪은, 지난 시간들의 느낌을 담았기 때문일까요

 

 

 

책 표지를 지나면 앞면 날개에는 이동섭 작가 소개

뒷면 날개에는 이 책이 존재하는 이유

책 등에는 제목이 걸려있네요

 

[당신에게, 러브레터] 글씨체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요

사랑은 연인에게만 주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나 아빠, 친구에게, 스승에게

당신은 이만큼 사랑해 라고 글씨체에서부터 이야기하고 싶을때

그럴 때 정성들여 쓰는 그런 글씨체

예쁩니다.

 

 

 

책 뒷면에는 서평이 실려 있어요
책을 다 읽고 나서 뒷면의 서평을 다시 읽으니

심상용 교수님의 서평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사랑은 이제까지 지극히 작은 부분만 밝혀진 우주의 진리이며 모든, 정말 모든 이야기의 열쇠다.

이 책의 적지 않은 페이지들이 이 숙연한 진리를 확증하는 데 쓰이고 있다. "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4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어요

사랑이 가진 4개의 얼굴이요,

 -  사랑 그 자체, 에로스와 질투, 당신의 의미, 헤어짐 그리고 영원 -

 

책의 디자인은 표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지요

 

이 4개의 카테고리는 각각 그 특유의 색채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레드와 그린을 메인테마로 사랑에 대한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이 레드와 그린을 책 전체에 적극적으로 사용해요

 

불타는듯한 선명한 붉은색, 혹은 주홍빛이 도는 그래서 끓어오르는 마음이 잠시 사색에 잠겨 깊이 생각에 빠진듯한 다홍색

자연스럽고 차분한, 그러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알쏭달쏭함을 지닌 초록빛이

각 카테고리의 도비라에 깔리면서

'지금부터는 이런 사랑을 이야기할거에요'라고 알려 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이별과 영원 부분의

초록빛 도비라와 물방울 이미지에요

눈물 방울 같기도 하고 빗방울 같기도 한

회상의 느낌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연애편지'라는 이미지를 전달해

사랑과 예술이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페이지 곳곳에는 마치 옛 노트를 그대로 찢어온 듯한 페이지 배경을 깔고 있어요

 

가장자리가 빛바랜 줄무늬 노트나 어두운 표지의 하드커버 일기장

수업시간에 적어내려갔던 연심을 담아주었던 노트

오래전에 사두었던 편지지 등

 

책 전체가

추억을 담은 노트같고 일기장 같은

그런 느낌을 주고 있어요

 

 

책 표지에서도 그랬지만

페이지 곳곳마다

크래프트지의 느낌을 많이 살리고 있거든요

 

[당신에게, 러브레터]의 페이지마다

톤과 디자인을 달리하면서

크래프트지를 연상시키는 색채를 배경으로 깔아

때로는 고전 흑백영화를 보는 듯하기도 하고

옛날 사진첩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합니다

 

그래서 책의 옆면이 이렇게 알록달록해요

 

사랑이 빚은 추억과 향수가 만드는 무지개

동시에 이 색채들은

사랑이 원숙하게 무르익을때 만들수 있는 색채가 아닌가해요

 

사랑이라는 게 항상 다 태워버릴듯 강렬한 붉음도 아니고

나를 정신못차리게 만드는 핑크나 나른한 노란색만 있는건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는 가라앉고 흥분은 사라지는 대신

그 사랑이 나의 일부로 단단히 자리잡아 원숙해지는 것도

사랑이겠지요

 

 

[당신에게, 러브레터] 는 정말 연애편지 같아요

 

메인 컬러로 사용한 레드와 그린을 목차나 도비라에만 두지 않습니다.

 

모든 페이지에 레드와 그린이 등장해요

타이틀과 인용구, 작가 설명 등에

때로는 레드가, 때로는 그린이 등장해 그 문장의 특별함을 알려주지요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저 혼자 두근대다가 저 혼자 울어버리는

사랑의 마음을 시각화합니다

 

사랑과 예술에 대한 에세이를 담은 책

그런 이야기를 담아낼 만한 책이 되려고

작가의 글 뿐만 아니라 책의 모든 구성 요소들 - 표지, 판형, 페이지 디자인, 색채, 폰트 등등 - 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 당신은 내게 반짝반짝 빛나는 신입니다 "

 

사랑은 참 신기한 감정이에요

언제 씨가 뿌려졌는지 모르게 자라나는 봄날의 풀밭처럼

나도 모르게 무럭무럭 싹튼 이 감정은

역시 내 의지와 그리고 사랑을 받는 상대의 의지와도 무관하게

나를 뒤흔들고 다스려버립니다.

내 사랑의 대상은 나에게 신이되고 질서가 되고

나 자체가 되고 말지요.

 

사랑의 열병을 앓은 작가들이

그들 저마다의 '반짝반짝 빛나는 신'을 담아 빚은

그들의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그 작품을 조근조근 설명해주는 이동섭 작가의 안내에 따라

지식과 감성 모두에

즐거운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 [당신에게, 러브레터] 였어요

 

그런 책이 있지요

굳이 꼼꼼히 읽지 않아도

그 책의 저자를 찾아보지 않아도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구나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구나

알게 되는 책들이 있잖아요

 

[당신에게, 러브레터]는 그런 책이에요

 

이별로 마음 아픈 당신에게 러브레터

예술이 어려운 당신에게 러브레터

삶이 건조한 당신에게 러브레터

추억때문에 가슴앓이 하는 당신에게 러브레터

 

사랑과 예술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고 싶은 모든 "당신에게 러브레터 "

 

가끔

이런 책을 보면서 글자가 아닌

디자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때로는 글보다

글자가 전하는 내용보다

더 많은 것들을 들려주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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