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왜 저렇게 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독재정치를 일삼았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일어난 사건이기도 하지만 독재정치과 맞물려 있었고 거기에 군사정권이라는 아주 큰 테두리 안에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여야만 했고 그 무죄를 밝히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 시절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에는 너무 큰 장애물도 많았고 198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더욱 힘든 싸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이 책의 가장 기본 틀이 되는 것은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군사정권 아래 뜻하지 않게 수배당한 인물이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하여 악전고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금도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중에서 「끝없는 사랑」을 살짝 언급해보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되었던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드라마의 흐름도 재미있고 꼭 챙겨보게 되는 드라마라는 점이다. 이렇게 드라마를 언급한 이유는 「차남들의 세계사」 역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작품 역시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부분이 닮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소설 두 작품이 모티브는 같지만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사건 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하는 재미 또한 즐거움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차남들의 세계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억울한 누명으로 수배자로 지목받게 된 ‘나복만’을 통해서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너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왜 그 시대에는 저렇게 해야 했는지 독재를 무기 삼아 죄까지 뒤집어씌워야 했는지에 대한 분노 같은 감정이 책을 읽으면서 생겨나기도 했다. 어찌 됐던 수배자로 지목을 받은 후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고 꿈도 희망도 송두리째 빼앗겨 좌절만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두환 정권 시대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드라마 혹은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접할 수는 있었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독재나 군사정권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는 못했기에 책을 읽으면서도 답답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경이 1980년대라서 어쩌면 지금의 40대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30대의 세대가 읽는다면 정말 이렇게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실제 일어난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있지만, 주인공인 ‘나복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개인이 국가를 상대한다는 것은 아주 힘들고 큰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작가 ‘이기호’ 씨의 작품을 처음 접하긴 했지만, 이 책을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이긴 하지만 최대한 주인공의 심경과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자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소설이라고 쉽게 생각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 소설이었고 주인공의 삶을 모습을 통해서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작가는 ‘나복만’의 삶을 최대한 잘 나타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협박과 고문 등 고통스러운 것들로 한 사람의 삶을 짓밟는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서를 해서도 안 될 것이며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 「민음사」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