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면서 지난날을 되돌아 보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바쁘게 살아가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스쳐 지나가는 것은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또 다른 인연이 될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과 인생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는 모두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인연을 중요시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취미 생활을 중요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통해서 나 역시 지난날을 되돌아 봐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무미건조한 내 삶에 자그마한 희망과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게 해줄 것만 같은 책 한 권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도 참으로 우아했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곡이기에 더욱 눈길이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녹턴」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기도 했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작가였기 때문이다.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의 작품 중 하나가 떠올랐다.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책보다는 영화로 접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도 오래전에 말이다. 비록 그의 전 작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떤 느낌의 작가인지는 스멀스멀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비록 영화와 문학 작품의 느낌은 사뭇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듯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 ‘녹턴’이라는 제목 때문에 선뜻 읽게 된 이 책은 마치 음악과 작가의 글이 한데 잘 어우러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아주 세련되게 이야기의 흐름이나 전체적인 주제를 잘 이끌어가고 있었다. 물론 이것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녹턴」은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로 저녁에 혹은 늦은 밤에 커피를 마시며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읽어볼 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단편이라는 점에서 부담 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문학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혹은 겪게 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그 속에서 자신에게는 마치 특별한 삶이나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이 작품은 즐거움보다는 인생에 대한 철학이나 다섯 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중에 실패를 통해서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그 모습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똑 닮아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섯 가지 단편에서 하나의 매개체로 음악이라는 것이 주인공의 삶이나 인생에서 처한 상황을 통해서 인생의 굴곡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다섯 명의 주인공에게는 결국 음악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고 자신을 찾아가기도 하고 잃어버릴 것만 같았던 자신의 삶에서 살아가야 하는 의지나 삶의 의지를 넌지시 보여주기도 한다.

　수학에는 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답이 없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나 인생은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자연스레 터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실패나 사랑, 부부 사이의 권태기 등 살아가며 일어날 법한 이야기로 현실적인 마무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지막은 주인공이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 지어지길 바랐지만, 작품 속에 묻어 있는 희로애락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평범한 삶을 원하는지 아니면 특별한 삶을 원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녹턴」에서는 우리의 삶 일부분이나 단면적인 부분을 보여준 작품이기는 하지만 다섯 편의 단편을 통해서 느끼는 바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늘 즐겁지만은 않은 우리의 삶에 내재하고 있는 슬픔을 이 책에 있는 단편이 잘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