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만에 이 책을 겨우 다 읽었다. 페이지 수가 많기는 하지만 어렵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흥미진진하고 술술 읽히는 편에 가깝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순화'와 함께 조선에서 중국의 난징, 저 먼 고산지대 라멍까지 따라가면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기진맥진하고 말았다.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설사 호기심에 책을 들었다 해도, 어느새 미간은 찌뿌려지고 입은 벌려진 채 경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듯이 <다시 오는 봄>은 2차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를 다룬 작품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그 당시 일본의 끔찍한 만행을 적나라하게 파헤지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창 미래의 꿈에 부풀어 있을 소녀들이 전쟁의 의미조차 모른채 타국의 천황을 위해서란 명분하에 몸을 바치고 굴욕을 당하고 몸과 마음을 죽임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녀들이 겪는 상상조차 못할 가혹한 현실은 이해 못할 하나의 커다란 모순일 뿐이다. 

 

수많은 남자를 상대해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혜영에게 결혼은 꿈 같은 일이고 결혼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혜영은 그저 마음의 버팀목을 원했다. 위안부들은 모두 고독과 절망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공포스런 적과 싸우는 일과 같았다. (-P364)

 

"...어떻게 식구들 얼굴을 잊었는지 나도 모르겠어. 전에는 가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났는데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아.

...생각해내려 해도 생각이 안 나서 미칠 것 같아...일본군은 내게서 전부를 빼앗은 거야.

나는 머릿속도 몸속도 텅 비었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P394)

 

 오래 전부터 말로 내뱉기도 끔찍한, 위안부와 관련된 끔찍한 일화들을 여럿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세세하고 직접적으로 묘사된 이야기를 읽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녀들이 직접적으로 무엇을 참고 견뎌내야 했는지, 어떤 마음이었고 이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전부를 알 수는 없더라도 다소나마 그 슬픔과 괴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아가 전쟁 자체의 참혹함에 대해서도 어떻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순화'는 결국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 다른 수많은 소녀들... 그리고 돌아오기는 했으나 격려는커녕 위로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그녀들의 사정은 현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뒤에도 답답함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세월이 흘러 연세가 드신 할머니들을 위해 내가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아직도 그저 회피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일단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녀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니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살며시 생각해 본다. 일본의 그들이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태도에 상처 입은 우리의 할머니가 조국에서까지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