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출간된 <빅 픽처>의 인기몰이 이후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흥행 보증수표와 다름없는 인기작가가 아닐까 한다. 연이어 출간된 <위험한 관계>와 <모멘트>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 들었기에, 이번에 새로이 출간된 <파리5구의 여인>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때 무척 기뻤다.

 

 일단, 확실히 이야기는 흡입력 있고 재밌게 술술 읽힌다. 명성과 재산, 그리고 가족까지 모든 걸 읽고 도망치듯 파리로 온 해리가 이국에서 겪는 역경, 그가 맡은 수상한 아르바이트와 우연히 만나게 된 기묘한 여인, 그 뒤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살인 사건까지,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외국인에게 너그러운 파리라도, 미국인과 터키인을 대하는 각각의 태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을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주는데, 사회적 모순을 꼬집는 작가의 신랄함을 엿볼 수 있어 나름 의미 있는 독서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 최대의 수수께끼였던 '파리5구의 여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이 작가의 작풍이 원래 이러나 좀 당황스러웠다. 그 전까지는 지극히 논리적인 추리, 미스터리류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런 믿음을 줄곧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이야기 전개에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리 달갑지는 않지만 작가가 주는 깜짝 선물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어야 하는 걸까.

 

 의외의 전개로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첫만남 치고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생각한다. 흥미롭게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작가의 역량도 직접 실감할 수 있었고 말이다. 자신이 힘들 때 도와주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있으면 좋겠다는,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소망. 그 바람을 잔혹한 한 편의 이야기로 엮은 <파리5구의 여인>. 확실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력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도 그 열풍이 식지 않은 <빅 픽처>는 과연 어느 정도일지, 먼지 쌓인 책장에서 조만간 꺼내 읽어봐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