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란 위험과 맞바꿔 스릴을 얻는 계절인 거야." (-p109)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서 <나전미궁>에 이르기까지, 의학 미스터리 시리즈로 여러 번 낯을 익혀온 가이도 다케루의 신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달리 '범죄 코미디'라는 장르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첫인상과 마찬가지로 매우 유머러스한 소설이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부족한 편인 나로서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회 비판이나 풍자 성격을 가진 소설을 좋아라 한다. 관계 없는 사람에게는 무척 생소한 의료 분야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메디컬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이번 신작 <울트라 황금지구의>에서도 그런 사회 풍자 면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꽤 기대가 되었다.

 

 대학원을 중퇴하고 가업인 철공소에서 일하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던 헤이스케에게 옛 악우(惡友) 글라스 조가 돌연 찾아온다. 학창시절부터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발상으로 소동을 일으킨 전력이 여럿 있는 그가 이번엔 시(市)의 자신인, 1억 5천만엔를 호가하는 '황금지구의' 강탈 계획을 제안한다. 처음엔 미심쩍어 하던 헤이스케이지만, 어쩐 일인지 유리한 쪽으로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결국엔 이 위험하고 아찔한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엄밀하게 생각하면 위법행위가 맞아. 하지만 하는 일은 그 관료 녀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녀석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여의치 않게 되면 룰을 바꾸지.

법률을 다시 만들어 지들만 계속해서 단물을 빨아먹으려 든다고. 그 정도의 차이일 뿐이야." (-p120)

 

 피 같은 세금을 거둬들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들을 속이는 공무원들. 이들에게 복수의 철퇴를 내리기 위해 헤이스케와 글라스 조는 '지하드 다이하드(성전(聖戰)에 살고 성전에 죽는다)'를 결행힌다. 소시민과 권력층의 대결이란 구도에서 자연스레 사회 비판적인 작품의 성격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계획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전체 분량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렇게 쓰고 보니 당연한 말 같지만, 철공소에서 일하는 주인공의 캐릭터 때문인지 그 준비 과정에서 전문용어가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다고 해야 하려나? 그렇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외계어 수준의 내용은 아니었지만서도, 적어도 흥미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역할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도 주인공들에게 너무 순탄하게 흘러간달까. 그 이유는 결말에서 속 시원히 밝혀지지만.

 

 사회 풍자 요소가 있지만 코미디 성향이 강하니 웃으며 가볍게 읽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결말에서 반전과 의외의 진상을 맞아하면서 가슴 속 응어리가 펑 뚫리는 듯한 쾌감도 맛볼 수 있었고 말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만나온 메디컬 시리즈에 비하면 역시나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작가의 열렬한 팬이고 그의 의외의 모습이 보고 싶다면 즐겁고 유쾌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