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진열된 많은 책들 중에서도 유독 이 책에 눈길이 갔다. 어찌 보면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표지. 자칫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나에겐 오히려 호기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궁금증이 일어 훑어본 책 속에서 돌연 나타난 기묘한 사진들을 본 순간, 이 책에 대한 흥미가 더욱 증폭되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소설이란 장르에 이렇게 많은 사진이 들어 있다는게 나름 신기했고, 이 사진들에 얽힌 이야기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기대되었다.

 

 제목과 표지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시작은 매우 현실적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장차 대형 마트 체인을 경영하게 될 제이콥. 하지만 꽤나 혜택받은 듯한 자신의 삶을, 제이콥 자신은 그리 만족스럽게 느끼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미래, 나약한 자신, 그의 일상은 언제나 불만투성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숭배해 마지 않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방방곳곳을 자유로이 여행했고, 엉뚱하지만 신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들려주었던 할아버지. 치매 증세를 보이며 괴물이 자신을 헤치려 한다고 호소하던 할아버지가 어느날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할아버지가 당한 끔찍한 사건의 후유증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던 제이콥은 치료의 일환으로, 할아버지가 과거에 자주 꿈의 낙원이라 했었고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웨일스 지방의 작은 섬에 가게 된다. 할아버지가 한때 우스갯소리 처럼 말하던, 하늘을 나는 소녀, 괴력을 지닌 소년, 뒤통수에 입을 가진 소녀를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그의 허황된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40년 9월 3일, 이 날 하루만을 몇 십년동안 살아오면서 자신들만의 낙원을 꾸려온 '이상한 아이들'. 제이곱은 이들의 꿈과 같은 삶에 끌리게 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을 또한 점차 알게 된다.

 

 대강의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엔 이 책이 유대인 할아버지를 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한 아이들'의 실재로 급격히 판타지적 요소를 띠기 시작한다. 새(鳥)로 변신할 수 있는 시간 조종자와 아이들을 위협하는 괴물 등과 같은 여러가지 세세한 설정들이 판타지물 특유의 독특한 재미를 느끼기에 꽤나 매력적이었다. 영화로 제작될 거라는 소식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로,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시각적 이미지들이 넘쳐흘렀다. 내가 느꼈던 이미지가 영화에선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크다.

 

 '평화'와 '전쟁'이란 의견 대립으로 양분된 초능력 인간들이란 설정에서 영화 ''X맨'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처음 흥미를 느끼게 했던 책 속의 기묘한 사진들, 그 사진 하나하나를 통해 엮여져 나아가는 이야기가 역시 이 책만의 독특한 매력이 아닐까 한다. 아쉽게도, 혹시 속편이 더 있나 싶을 정도로 결말이 어중간하게 마무리된다. 아직껏 특별히 소식이 없는 걸로 봐서 현재로서는 단지 아이들의 안녕을 바랄 수밖게 없을 것 같다. 꽤나 오랜만에 읽은 판타지소설이었다. 재미난 이야기의 힘은 역시 크다, 다시 한 번 느낀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