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핸드폰은 일상 생활에서 없어선 안 되는 필수품이었지만, 근래 들어 스마트폰이 널리 사용되면서 더욱 핸드폰은 손에서 뗄 수 없는 중요한 물품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인간관계에서 소외된다거나 하루종일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는 핸드폰 의존증 등등 여러가지로 새로운 사회문제가 야기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기계임에는 틀림없다. 기욤 뮈소의 신작, <천사의 부름>에서는 우연히 핸드폰이 뒤바뀐 어느 남녀의 해프닝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였으나 아내의 불륜으로 명예도 재산도 가족도 전부 한꺼번에 잃어버린 조나단. 그리고 유능하고 의욕적인 형사였으나 과거에 맡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살 시도까지 하고 퇴직한 플로리스트 매들린. 전혀 접점이 없던 이 두 사람은 우연히 공항에서 핸드폰이 뒤바뀌게 된다. 호기심에 두 남녀는 서로의 핸드폰 구석구석을 살펴보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상대방의 과거 속에 뭍혀 있던 수수께끼를 파헤치게 된다. 조나단과 아내 프란체스카가 이혼하게 된 진정한 이유, 그리고 메들린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앨리스 딕슨 실종사건'의 진실에 대하여...

 

 지금까지 출간된 기욤 뮈소의 작품들을 전부 읽어본 건 아니지만 '로맨스 작가'란 작가의 타이틀 때문이었을까, 사실 사랑을 주제로 한 비슷비슷한 이야기라는 선입관이 마음 한구석에 알게 모르게 있었다. 애초에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책을 펼치기 때문에 그런 점에 딱히 불만은 없지만 말이다. 핸드폰이 바뀌면서 시작되는 운명적인 사랑.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그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약간은 도도한 플로리스트라 생각했던 매들린이 과거에 형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열네 살 아이가 살해되고 그 장기가 택배로 배송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지면서, 기존 기욤 뮈소의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타 작품들을 통해서도 생각지 못한 반전으로 놀라게 해주긴 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스릴러적 면모가 무척 두드러진다고 할까. 그래서 더욱 속도감 있게 읽히고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 같다.

 

 한편, 이야기 자체의 재미 말고도 작가가 전하고자 했던 다른 메시지도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다. 지하철에서 종이책을 읽는 사람들이 부쩍 줄어들었다고, 작가는 등장인물의 대사를 빌려 전한다. 더욱 시각적이고 흥미로운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책'은 이미 사람들의 시선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이라는 매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책은 더욱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 최근엔 한 도서 유통업체가 부도를 맞았다는 뉴스까지 접해서 그 씁쓸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천차만별로 다르기에 차마 책을 읽자고 억지로 강요는 못하겠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입장으로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 전개상, 조나단의 인생을 크게 바꿔준 문구 하나가 등장한다. 빅토르 위고의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우리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다.'. 이 책의 저자 기욤 뮈소는 독서를 하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서평 자체와는 관계없는 사족일 수도 있겠지만, 작가의 영향으로 독서의 가치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지금껏 재미를 느끼고 위안을 얻기 위한 독서를 해왔는데, 이제부터는 책 속에 숨겨진 나만의 문장을 찾기 위해 좀 더 눈을 부릅떠야겠단 생각이 든다. 책에 대한 이러한 태도를 한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