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라는 설정이 처음 접했을 때부터 무척 신선했다. 이미 여러 작품으로 유명한 쓰쓰이 야스타카가 작가라는 것과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이미 흥행성이 보증되었다는 것이 이 작품에 더욱 관심을 갖게 했다. 1970년대 후반에 쓰여진, 거의 고전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점이 약간 걱정되기도 했지만, 제목답게 있어보이는(?) 멋진 표지를 보고 나서 다시금 기대에 들떠 신나게 첫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다.

 

 이 책은 '부호형사' 간베 다이스케를 주인공으로 한 네 가지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연작 단편집이다. 차는 캐딜락, 값비싼 시가는 반도 피우지 않고 버리고, 10만 엔은 더 되는 라이터를 매번 잃어버리고, 영국제 맞춤 양복을 입고 빗속을 태연하게 걸어다니는(-p19) 형사... 지금껏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자리잡고 있던 드문드문 난 턱수염에 후줄근한 형사의 이미지가 덧없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범인을 도발하기 위해 직접 회사 하나를 차리고, 유괴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몸값 500만 엔을 선뜻 내놓는가 하면, 한 도시의 숙박업소를 모조리 예약하는 등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까 싶다.

 

 주인공 다이스케의 캐릭터도 꽤 매력적이었고, 그밖에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기쿠에몬과 제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그의 동료 형사들 덕분에 독서가 무척 즐거웠다. 게다가 기쿠에몬의 비서인 스즈에와 다이스케의 관계는 은근한 로맨스요소까지 더해준다. 이곳저곳 웃음요소도 끊임 없이 등장해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정도로 가벼운 마음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추리, 미스터리물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이 책의 트릭이 조금 싱겁단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지만,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꽤 흥미롭고 재밌어서 개인적으로 그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느 인물들처럼 우리나라도 부자에 대해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나 한다. 그렇다면 모든지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다이스케 형사에게도 당연히 화가 나야 마땅하겠지만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그에 대한 호감도만 점점 상승하고 만다. 그 이유는 다이스케가 진정 중효하게 여기는 것이 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고통 받는 누군가를 위해 돈을 쓸 줄 알고, 적자가 아니라 흑자가 났다고 노발대발하는 부호가 정말 존재한다면 이 세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즐겁게 이 책을 읽은 후 문득 생각해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