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를 오랜만에 만나보았다. 그동안 베스트셀러로 오른 책도 여러 권이었지만 생각해보니 <포르토벨로의 마녀>이후로 몇 년이나 공백이 있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경우는 직접 소장도 하고 있고 그밖에 <악마와 미스 프랭>도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세계적인 명성을 제외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꽤 높이 평가하고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신간 <알레프>는 뭐랄까,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내가 낯을 가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인 파울로 코엘료가 2006년 실제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면서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내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힐랄이라는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온 필연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 옛날 서로를 마음에 품어온 사이였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비겁함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마녀재판에 희생당하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제든 구원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만나 용서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지." (-p28)

 

 그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참 좋은 문구들이 많다. 이번에도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흘러 넘치는 아름다운 언어들의 향연에 감탄했고, 그것들을 모조리 소화하기에 벅차 느끼는 배부름에도 묘하게 평온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종교적 성향이 강하더라도 그 속에는 분명 배우고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중요한 말들이 무척 많다. 그런 점이, 종교와 국가, 인종에 상관없이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도 종교와 자아의 성찰과 같은 주옥 같은 문구들이 가슴 깊이 울린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의 주제인 '환생'에 관해서는 깊히 공감하기에 좀 무리가 있었다. '환생'이란 것이 일상생활에서 실감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거니와 이 책이 실제 작가의 경험담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오히려 허구였다면 작품에 다가가기에 더 쉽지 않았을까. 덧붙여 작가와 힐랄의 묘한 관계도 고지식한 내 머리에는 받아들이기 좀 힘든 점이 있었다.

 

 "신께서 계획하신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건 실수입니다.

고통을 피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겁니다.

무언가를 정말로 경험하지 않고도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일들이 진정으로 당신의 일부가 되지는 못할 겁니다."

(-p352~353)

 

  평소 모험이나 도전이라면 질색하고 정체된 곳에서 안락함만을 좇는 나는, 모험을 추구하고 여행을 즐기는 작가와는 정반대의 타입이다. 원래부터 집에서 빈둥거리는 걸 좋아해서 스스로 답답하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지만 가끔 무척 불안해지곤 한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고... 진정한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끔 스스로 고통을 찾아 나서고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서평을 마무리하는 지금에 와서도 사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점이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몇 번 더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땐 지금보다 훨씬 작가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도 더욱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