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불합리해도 현실은 잔혹하고, 아무리 기도해도 마음은 통하지 않아. 상식은 손쉽게 산산조각나지.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죽이는 인간도 있고, 서로 이해한 인간을 죽이는 녀석도 있어. 그게 현실이야." (-p347)

 

 '여행'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신나고', '즐겁고', '재밌는', 그런 밝은 이미지가 아닐까?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은 때에 따라서 '슬프고 괴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해외 동향과 정세를 파악하고 취재하는 일을 하는 저널리스트들이 특히 그런 경험을 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일에 종사하는 일본인 사이키가 해외 취재 중 겪은 불편한 다섯 가지 이야기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다"라는 말은 이제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오지의 소수민족이나 폐쇄된 집단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개념이 존재하고 이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사막을 횡단함으로써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 폐쇄된 수도원에서 살아가는 수녀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아마존 소수민족과 폭동이 빈발하는 지역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은 무엇일까? 단편 하나 하나를 읽어나갈 때마다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그들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현실은 확실히 잔혹해. 그래도....... 너는 기도해야 해. 

네가 세계를 이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아무리 마음이 꺾여도 현실에 맞서야 한다고." (-p347)

 

 아무리 노력해봐도 외쳐봐도, 결국엔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배신을 당해도, 그럼에도 작가는 결코 희망이 잃지 말라고 말한다.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람이라도 그 사이에 6명만 있으면 더이상 남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타국과 타국 사이의 거리는 멀다. 그래서 그 사이를 메워주는 것이 '여행자'라고... 이 책은 추리 미스터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사람과 사람의 정신적 소통에 대한 어려움과 그 떄문에 겪는 슬픔과 고뇌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그게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모르는 작가의 작품을 접할 땐, 언제나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임하게 된다. 그리고 기대 이상이라면 감탄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망을 하고 그 작가에게 기약없는 이별을 고한다. '시자키 유'라는 이 작가는 전자에 속한다. 내 취향에 맞는 작가를 만난다는 건 언제나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어둡고 우울한 작품이었지만, 달달한 단편도 하나 끼어 있었고 세계 곳곳을 무대로 한 단편들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함께 여행을 하며 그곳에 대해 알고 싶다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해서 만족스럽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