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쓰이 야스타카란 작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란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이 머릿속에 깊히 박혀 있다. 그리고 얼마 되지는 않아도 읽어 본 작품으로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비롯해 <최악의 외계인>, <인구조절구역>정도였다. 세 작품 모두 SF라는 분류에 집어 넣을 수 있지만 각각의 작품의 느낌이 나에겐 많이 달랐다. 또 호불호 또한 작품마다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워낙 다채로운 이미지로 뇌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던 작가이지만 이번 신간을 처음 보고는 더욱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방대한 작품량 중에서 단 3권뿐인 미스터리라니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려먼 먼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란 화가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키가 자라지 않아 150센티미터 정도였다고 하는데, <로트레크 살인사건>의 주요 등장인물인 시게키 또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척추를 다쳐 8살 당시 그대로의 키인 장애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절친한 사촌이 항상 그의 곁을 보살펴주는데, 이들은 여름이 끝나갈 무렵, 로트레크의 작품수집을 취미로 하는 하는 지인의 초대를 받아 이름 또한 '로트레크'인 저택에 가게 된다. 묘한 관계에 있는 세 명의 아가씨와 여느때 다름없는 시간을 보낼줄 알았을 때, 돌연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기이한 저택에 숨겨진 비밀장치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책 자체에 대한 감상을 말하자면, 전체적인 구성이 참 오밀조밀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첫 장을 넘기면 바로 볼 수 있는 '성분 함량표'도 색다른 느낌을 주었고, 원서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품 속에 등장하는 로트레크의 그림들을 글로만이 아니라 색이 입혀진 컬러 페이지 그대로 감상할 수 있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동시에 명화 감상이라는 은근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트릭에 대해 대략적인 감상을 언급하자면... 처음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반드시, 그 누구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라는 띠지 선전문구 그대로 책을 바로 앞에서부터 다시 훑어본 건 말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막바지 부분해서 친절하게 처음부터 하나하나 집어주며 설명을 해주는데 따라가면서도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 여전히 조금 얼떨떨했던 것 같다. 뒤의 작품해설을 보면 끝에, 자세한 해설을 실었다는 인터넷 주소가 있는데 방문해보면 혹시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궁금증이 깨끗이 풀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전부 읽고 완전히 이해한 뒤에 더욱 감탄을 하게 만들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여러 비밀스런 장치들을 이용한 물리 트릭보다 서술 트릭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독서로서 작가에게 뒷통수 맞는다는 느낌이 가장 강렬하고 통쾌하다 생각하는 건 서술 트릭이라 제일이라 생각하기 떄문이다. 이 책에서는 언뜻 물리 트릭이 사용된 걸로 보이지만 마지막 반전으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서술 트릭을 숨겨두고 있다. 읽기 전에 이런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서 누가 범인이겠거니, 하고 내내 짚어보고 있었는데 결국엔 이 트릭에 완전히 당하고 말았다. 미스터리물을 좋아한다면, 한바탕 멋지게 속아넘어가고 싶다면 이 책이 그것를 만족시켜줄 즐거움이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