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다. 누군가는 생각이 너무 많으면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데, 나는 그 '골치'를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어쩌면 사람이 사는 동안에 골치를 좀 겪어봐야 '살맛' 나는 인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무미건조한 삶이 너무 싫었다. 항상 최적의 조건에서 아침을 시작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중충한 장마철이 길어지면서 답답하고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싱그러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참고 또 참아냈다. 일주일 간격으로 독서계획을 세운다. 생각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블로그에도 적어놨지만, '쓸데없는 생각이 떠오를 때면 책을 읽어라'고 했듯이 '잡념'을 없애기 위해 책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는 제목이 너무 예뻐서 읽게 되었다. 매일 아침 詩를 배달하는 도종환 작가의 책인데, 1월부터 12월까지 일 년 동안 꾸준히 배달했던 시를 모아서 엮어냈다. 일명, '우리가 왜 사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계절의 변화를 함께 몸소 느끼면서 사는 인간의 모습. 그 누구의 존재가 먼저인가를 묻기 전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을 지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 책에는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의 향내음이 구수한 된장찌개처럼 베여 있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이웃과 나누었던 사랑도 함께 등장한다. 달빛이 길다랗게 드리워진 강가에 홀로 서 있는 물총새 한 마리의 고달픈 속마음을 엿볼 수도 있으며, 소나무껍질처럼 세월의 빗금이 그어진 어머니의 손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당신, 안부전화는 드렸나요?

 

봄이면 떠오르는 그 단어, 유월의 깊은 밤이면 생각나는 그대의 얼굴, 십이월의 자욱한 안개 너머로 앙상한 가지처럼 서 있는 부모님의 모습……. 이제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 모든 것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면……. 다소곳이 앉은뱅이처럼 성장이 멈춘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아, 나의 마음도 이처럼 성장을 멈추었단 말인가?'라며 허망함에 절규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온갖 생각들이 뒤엉켜서 두서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남쪽 하늘에는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이곳에 비가 내린다.

 

 

 

 

문학집배원 도중환의 詩 배달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 이제는 우리가 배달원이 될 차례라고 말하는데…….

오늘은 유난히 감성이 짙어진다. 축축하게 대지를 적시는 빗줄기가 반가울 따름이다. 태양을 덮어버린 먹구름마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침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화분 속 꽃송이가 이따금 눈치를 살핀다. '이리 와서 바깥구경 좀 해봐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책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고 한다. 머리도 식힐 겸, 자리에서 일어나야겠다. 이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장밋빛으로 붉게 타오를 것이다. 나도 작은 배달원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