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다시 접한 오륜서에서 깊이 공감한 점은 현실경험에 기반한 자신감과 마음의 평정심이 인생의 승리를 담보한다는 것이다.

밥벌이하고 경쟁하고 살아가는 세상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런 세상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고민은 20대, 30대 초반의 청년시절에 한 번쯤 거쳐간다. 그러나 40대는 다르다.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삶을 접목하고 성취해나가는 시기다. 이러한 세상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살아남는 힘은 결국 현실경험에 기반한 자신감에서 나온다.

인생의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두 번째 전제 조건은 평정심이다. 평정심은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수련에서 나온다. 스스로 절제할 수 있고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모든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

연륜이 쌓이고도 외공이 부족한 사람은 허술하고, 내공이 없는 사람은 천박하다. 내공과 외공이 조화를 이루어 훌륭한 무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현대인들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땅(地)의장 - 기초를 다진다

무사시의 위대성은 통념화된 관념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칼과 전투에서 출발해 보편적인 사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존 틀에 사로잡히지 않고 새로운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며, 노력과 인내로 자신을 수련하고 끊임없이 자신만의 영역을 모색해야 한다.

적재적소의 원칙은 불변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적재적소의 개념이 달라진다. 호황기에는 낙관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 리더로 적합하지만, 불황기에는 신중하고 위험을 잘 관리하며 특히 자금관리에 능통한 사람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요컨대 병법의 도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병법의 기초를 다진다는 의미를 담아 첫 장의 제목을 '땅의장'이라 지은 것이다.

이렇듯 병법자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는 물과 같이 유연해야 한다. 그러므로 둘째 장을 '물의 장'이라 이름짓고 유연함을 생명으로 하는 니텐이치류의 병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했다.

3장 '불(火)의장' 에서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변화가 극심한 싸움에 대비해 평정심을 유지하고 반드시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내는 승리의 병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4장 '바람(風)의 장'에서는 다른 유파들의 병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땅은 기초다. 기초를 다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은 유연성이다. 기초는 있는데 유연성이 없으면 정체되고 응용이 어렵다.

불은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전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바람은 유행이고 경쟁자다. 기본은 변함없지만 흐름은 변한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경쟁자를 파악하고 흐름을 따라야 한다. 

하늘은 가능성이다. 도의 경지는 무한하다. 터득한 후에는 오히려 얽매이지 말고 항상 새로운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

변화의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동시에 변화에서 중요한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비지니스 성공의 요체다.

트렌드 전문가로 미국의 페이스 팝콘(Faith Popcorn)이 선구적이다. 그녀는 1974년 '브레인 리저브'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트렌드 예측분야를 개척해오다가, 코카콜라의 뉴코크 실패를 유일하게 예고한 것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페이스 팝콘은 1993년 출간한 책 『팝콘 리포트』에서 탁월한 트렌드 예측능력을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 페이스 팝콘은 1990년대 초반 미국사회의 핵심 트렌드를 '코쿠닝(Cocooning)'이라는 단어로 압축시켰다. 갈수록 위험해지는 집 밖을 피해, 집안에서 쉬고 먹고 즐기려는 미국인의 성향을 코쿠닝(번데기)으로 읽어낸 것이다. 그녀는 미국인들이 더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게 되면서 인테리어, 택배, 홈쇼핑, 음식배달업, 대형TV, 오디오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사라면 누구나 무기의 특색과 효용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떠한 무기든 때와 장소에 맞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우선 순조로운 흐름과 그렇지 못한 흐름을 분별하고, 흐름의 속도와 크기를 분별해 공격하는 흐름과 방어하는 흐름 등 저마다의 흐름을 분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무사가 공격할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병법의 도를 터득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水)의 장 - 유연성을 키운다

물은 담기는 용기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유연성이 있고, 항상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이 있으며, 둑으로 앞이 막히면 기다렸다 넘어가는 인내심이 있다.

유연함이 부족하면 어떤 이론도 현실 적응력이 떨어지고, 결국 도그마(dogma,독단적인 신념이나 학설)에 빠져 생명력을 상실한다.

자고로 무사된 자는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어서도 안 되며,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 잡으면서도 마음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검이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평소와 같이 마음을 넓고 올곧게 유지해야 진정한 무사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행동보다 좋은 습관이 더 강력하다. 습관을 만들려면 반복밖에 없다. 처음에는 어렵고 불편하던 일도 자주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지고 습관이 된다.

'이기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기기를 원하는 것은 중요하다(Winning isn't everything, but wanting to win is)' - 구굴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

기본을 익히되 기본에 집착하지 마라. 

이것을 자세가 있으면서도 자세가 없다는 뜻에서 '유구무구(有構無構)'라고 한다.

기본을 익히지 않고 응용에 나서는 것은 교만이고, 기본을 익히고도 기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협량(狹量)이다. 형식을 익혀 본질을 이해하고 본질을 이해하면 형식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행운이 가져다준 성공은 감사하면 충분하지 이를 실력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1천 일의 연습을 '단(段)'이라고 하고, 1만 일의 연습을 '연(練)'이라고 한다.

거센 폭풍우가 위대한 뱃사공을 만든다.

평범한 일반인의 삶도 굴곡이 있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교차한다. 좋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나쁠 때 좌절하지 않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심리 상태를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인간들이란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아니면 아주 짓밟아 뭉개버려야 한다." 

-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군주론』

검을 들지 않고도 이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검을 들고도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싸움에 임하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바람(風)의장 - 남을 알아 나를 안다

무기가 좋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이긴다.

칼싸움에서 칼은 도구에 불과하다. 칼의 도그마에 함몰되어 버리면 칼싸움의 본질을 놓친다. 본질은 형식을 규정하지만, 때때로 형식이 본질을 왜곡시킨다.

강하면 오히려 약해지므로 부드러움으로 이겨라.

특히 "자본주의(資本主義)가 아니라 (知本主義)"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는 대로, 경제활동에서 지식과 기술 등 무형자산이 핵심자산이 되는 시대에 조직경쟁력의 원천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빠른 게 능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는 속도가 중요하다.

무사시의 말대로 익숙한 사람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해 보이지만 일은 신속하다. 불필요한 동장이 없고 정확한 순서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번잡스럽고 바쁘다는 자체가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속도가 아니라 정제된 호흡이 중요하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한 발 앞서면 성공하지만 두 발 앞서면 실패하기 쉽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배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비법은 없으므로 꾸준히 노력하고 기본을 다져라.

너무 깊이 파고들어가려고 하면 오히려 겉도는 법이고, 비법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기본이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병법의 도, 무사의 길에서 지름길은 없다. 기본을 다지고 꾸준히 노력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설혹 비법이 있다 하더라도, 비법에만 의존해서는 편법이 되어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기본에 충실하고, 응용력을 배양하는 것이 병법의 도다.

하늘(空)의 장- 새로운 경지를 추구한다

때로는 마음을 크고 넓게 가지고, 때로는 하나에 집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 넓고 멀리 봐야 할 때와 가깝고 세밀하게 봐야 할 때를 구분해 시야를 단련하고,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공명한 상태가 진정한 '하늘의 경지'임을 깨닫고 그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1조항, 머리빗의 가르침 - 머리빗은 엉킨 칼을 풀어주는 도구다. 마음속에 머리빗을 지니고 상대방의 엉켜 있는 부분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싸움을 순조롭게 이끌어갈 수 있다. 엉켜 있는 상태와 긴장 상태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긴장 상태가 강인한 사람의 심리상태라면 엉켜 있는 상태는 나약한 사람의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다.

35조항, 때를 아는 마음 - 무사된 자는 빠른 때를 알고 늦은 때를 알며, 피해야 하는 때를 알고 피할 수 없는 때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