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아기는 어떻게 생겨요?"

 부모가 아이에게 받는 가장 당혹스러운 질문이다. 아이들이 성장과정에서 반드시 부모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대답에 대처하는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다리에서 주워왔단다.

2. 황새가 아기를 담은 바구니를 물어왔단다.(서양의 대답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3.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서 생겼지~

4. 엄마(아빠)에게 물어봐(상대 배우자에게 떠넘기기!)

 

 유아교육 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생겨난 새로운 대처 방법은 性이나 아기, 탄생에 관한 유아용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가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해 준다.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는 성세포 상태인 정자와 난자부터, 짝짓기와 임신과정, 임신과 출산까지 완벽히 정리해 준다. 거기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머리 때문에 왜 굳이 힘든 출산을 해야 하는지, 수유는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아기 돌보기는 어떻게 하는지, 앞으로 인간생식의 미래까지 이야기해 준다. 그야말로 우리가 꼬꼬마 시절이던 정자부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니 교과서보다 훨씬 명료하게 생식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인간의 짝짓기(섹스과정)의 차이점, 인간이 일대일의 관계가 자연스러운 이유 등 교과서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매우 흥미진진한 질문들에 대한 답들이 매우 자세하게 나온다.

 

 성세포 상태인 정자와 난자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놀랍지 않게도 '아기는 어떻게 나오냐?'라는 질문에 대하여 예전의 서양사람들 또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비슷한 대답을 해 주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서양인들이 꽤나 최근까지 임신을 정액과 생리혈을 섞은 결과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교과서 외의 비합법적인 자료들로 많은 것들을 알아낸 현대인들에게는 정말 경악할 만한 이야기이다. 더욱 놀랍게도, 현미경이 생기고 처음으로 정자를 발견했을 때, 이 자그마한 기생충들이 정액을 오염시킨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자신들의 몸 속에 어마어마한 개수의 기생충이 살았다고 믿었거나 나중에 오염되었다고 믿었던 것 같은데, 어느 쪽이나 매우 끔찍했을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오해를 거쳐서 과학이 발전됨에 따라 우리는 현대의 성 지식을 갖게 되었다.

 

 불임 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사정에 7000만개보다 적은 수의 정자를 방출하는 경우 임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7000만 개에서 2억개까지는 정자의 개수에 비례하여 임신가능성이 증가하고, 그 이상으로 가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 이르면서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직업 등에 따라 남성들의 평균 정자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 평균 3억개 쯤이었는데, 최근에는 평균 2억개 쯤이라고 한다. 환경오염이 가속화되고 더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게 된다면 아마 미래에는 인간의 생식 능력이 현저히 낮아질 지도 모른다.

 

 포유 동물의 생식기관에는 인간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음경골이 있다고 한다. 이름에서 유추했을 것 같은데 음경의 뼈이다. 종에 따라서 뼈의 크기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고, 신체 내부의 어떤 뼈와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인간과 가까운 대부분의 영장류도 음경골을 가지고 있다.  이와 다르게 인간의 음경에는 뼈가 없고 해면체로 이루어져 있어 혈액이 차오르면 단단함을 유지한다. 음경골의 최고 기록은 바다코끼리인데 무려 길이가 70센티에 이르러서 제의 도구로도 널리 사용된다고 한다. 이 음경골의 크기는 대체로 교미 시간(섹스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는데, 음경골의 크기가 클 수록 교미 시간이 길다고 한다. 음경골을 가지고 있던 초기 영장류는 현생 영장류보다 교미시간이 길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인간의 평균 섹스시간은 평균5분이고 길어야 45분 정도인데, 과거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왜 외부에 늘어진 고환을 가질까? 결과를 말하자면 정자의 생산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고환의 온도가 신체 온도보다 약간 낮은 것이 정자의 생산에 유리하다고 한다. 반대로 인간의 고환 온도를 높인 결과 임신 결과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높은 고환의 온도는 불임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직업군이나 어떤 행동은 정자 형성을 매우 취약하게 만드는데 예를 들어 꽉 끼는 속옷이나 바지를 입으면 정액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몇 년 동안 남자들이 스키니를 입는 게 유행인데, 패셔니스타들은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온탕이나 사우나, 전기담요를 자주 쓰는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장기간 운전하는 사람들, 공장 기계노동자, 농기계를 다루는 사람들도 정자의 형성이 줄어들 수 있다. 8년 이상 전문적으로 운전한 사람들 100명 중 정상적인 정자의 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 스트레스, 전쟁 위협 등도 남성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환경적 요소 중 하나는 화학물질인데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에폭스 수지, 유리용품, 선글라스, 의료기기, 자동차 제품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첨가제 비스페놀이 그 대표주자라고 한다. 심지어 이 BPA는 매우 많은 공업 물질에 들어가고, 영수증 프린트에도 쓰이고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현대사회에서는 여성들의 거의 대부분의 가임기간동안 생리를 하는데, 이것은 자연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적인 상태라면 여성은 대부분의 가임기간동안 임신과 수유를 반복하게 되므로 생리를 하는 횟수가 현대 여성보다 현저히 적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횟수의 생리를 하는 것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통제를 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서 현대사회에 다양한 여성 생식기 질환이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의료계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이 책을 읽고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예를 들면 자궁경부암, 난소의 물혹 등이다. 이제까지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임신과 출산, 수유가 굉장히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던 것이다!

 

 인간이 아닌 영장류들은 대체로 일부일처, 일부다처(하렘), 다부다처 세 가지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에서 볼 수 있는 일처다부유형은 다른 영장류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릴라와 오랑우탄 집단은 하렘 구조, 침팬지와 갈색여우원숭이는 다부다처, 긴팔원숭이는 일부일처제라고 한다. 그리고 조류는 전통적으로 엄격한 일부일처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놀랍게도 10종의 새 중 9종의 수컷은 둥지 안에 있는 모든 새끼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인간은 사회구조, 생물학적 구조를 볼 때 정자경쟁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다부다처(정자 경쟁이 심한 것은 자명하다)인 침팬지는 교미 후에 마개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렇게 마개가 만들어지는 현상은 다른 정자가 수정에 참여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인간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대부분의 포유동물과는 달리 교미 시기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임신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배란기가 생리 시작일부터 2주 후라는 것은 1932년 하트먼의 붉은털 원숭이의 교배에서 얻어낸 결과를 아직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통계결과 인간여성은 생리 14일째가 아니라 생리가 시작되고 6일쯤에 임신 가능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한다.(이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또한 강간을 당해 임신을 당할 때 배란이 유도되었을 거라는 가설이 있는데 그 증거는 없다고 한다. 다른 포유동물 경우 배란 유도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토끼는 유도 배란을 한다. 

 

 책의 마지막 장, 인간 생식의 미래에서는 임신 억제 방법(피임방법)과 촉진 방법에 대해서 다뤘다. 종교적 이유로의 금욕과, 피임 금지, 다양한 피임법 등이 나온다. 사정 전에 교접을 멈추는 방법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아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4명 중 1명의 여성이 일년 후 임신을 하게 된다. 콘돔의 실패율은 12퍼센트, 완벽한 사용의 콘돔 실패율은 3퍼센트쯤 된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경구 피임약이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다. 혈액 응고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살이 많이 찌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여성에게는 위험하다. 또한 소변을 통해 호르몬이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를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경구피임약의 장기복용은 난소암이나 자궁암 발생률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남성의 피임약 또한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인간의 性은 우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왔다. 그러나 유교의 영향으로 이에 대한 언급은 오랫동안 금기시 되어 왔고 여전히 그런 경향을 가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서양의 자유로운 성의식과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청소년들은 점점 더 빠른 나이에 어른의 性에 접하고 있다. 우리 또한 과거에 비해 性적으로 훨씬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性에 대한 질문에 얼굴을 붉히면서 난처해하는 태도보다는 성과 인간의 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쌓고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정보와 유의점 등을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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