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피노키오가 묻는 말-피노키오 넌 이제 어른이 되었니?

 

 

책 표지에 적힌 말이 너무 인상깊었어요.

아마 작가가 피노키오에게 묻는 말이 아닌가 싶어요

 "너는 무엇이니?"

 "난 나쁜 것이에요."

 피노키오는 정말 자신을 '나쁜 것'이라고 지칭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마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걸까?

 어른이 된 지금, 이제 우리는 모두 '피노키오'를 알죠.

 그리고 왜 피노키오가 그렇게 인간이 되고 싶어했는지, 단순하게 생각되지 않아요.

 

 

나무로 된 몸에, 나무로 된 눈코입을 가진 소년.

거짓말을 할 때마다 계속 코가 길어지는 소년.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 그리고 할아버지를 매우 사랑하는 소년.

 "의자는 싫어요."

 나무토막이 기겁하며 소리쳤어요. 세상에, 의자라니. 나무토막은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었어요.

 나무토막이 말을 하자 제페토 할아버지는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귀신이 붙었다고 도망가거나 두려워하지는 않았죠.

 말을 하는 나무토막은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움직일 수 있는 다리가 갖고 싶었죠. 제페토는 나무토막의 요청에 따라 열심히 나무토막을 다듬었고 마침내 몸통, 팔, 다리 등등이 완성되었어요. 그리고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받았죠.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와 함께 걷는 연습을 했고 할아버지는 피노키오와 함께할 많은 일을 꿈꿨지만 피노키오는 세상 속을 달리는 꿈을 꿨어요.

 

 세상 밖으로 나가자마자 피노키오는 어떤 아이를 만났어요. 그 아이는 다짜고짜 피노키오에게 고깔모자를 씌우고 북을 안겼죠. 피노키오는 인형 조종사가 때리고 굶겨도 아프지 않을 거라 말하면서요. 그 대가로 피노키오는 "눈물"을 원해요.

 왜 하필이면, 그 많은 인간의 것 중에 피노키오는 눈물을 원했을까요?

 웃음이나 미소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을요.

 바로, 진짜 인간처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아이는, 눈물이 북처럼 숨겨져 있다고 말해요. 피노키오의 마음 속에 말이죠.

 인형 극장에 간 제페토는 아이의 말처럼 '인형'들을 자유롭게 해 주려고 했죠.

 하지만 인형조종사는 피노키오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어요.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모든 인형이 너와 같고, 모든 인간은 너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세상에 완전히 똑같거나 다른 것은 없어. 저마다 가진 게 다르고 저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지.

 그런데 넌 겉만 보고 판단하는구나.

 아,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생각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요?

 우락부락하게 생긴 인형 조종사를 보자마자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던 피노키오처럼요.

 또 피노키오가 말하는 나무토막이기 때문에 '귀신'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처럼요.

 

 

 원작처럼 피노키오는 이런 저런 힘든 일을 겪다가 파란 요정을 만나요.

 파란 요정은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마법을 걸었죠.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했고 그 때문에 코가 길어져서 집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돼요. 그렇게 되자 피노키오는 정말 인형이 된 것처럼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리고 자꾸 묻는 요정에게 말하죠.

 "코가 늘어나는 길이만큼 내 마음도 상처를 입었어요."

 저도 이런 기억이 있어요. 아이의 모든 잘못을 감싸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죠.

 하지만 때로, 아이들의 버릇을 고친다고 가하는 벌들이 생각보다 '더' 가혹하기도 해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하구요. 제가 유독 어린 시절을 선명하게 잘 기억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어릴 때의 이런 기억이 많거든요.

 부모님은 그 일들을 아직까지 제가 기억한다는 사실에 놀라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조차 모두 기억하니까요.

 피노키오뿐 아니라 다른 동화책을 읽을 때에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모든 동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받은 상처도 모두 없어지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걸까?

 많은 악역들, 예를 들면 신데렐라 언니와 계모들, 팥쥐와 계모, 백설공주의 마녀 등 그들이 그렇게 잔인하게 벌을 받는 것이 정말 옳은 결말인 걸까? 왜냐면 어른의 시각으로 봐도 동화에 은근 잔인한 부분들이 많거든요.

 <피노키오가 묻는 말>은 피노키오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착한 것과 나쁜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마지막으로 어른이 되면서 세상과 어른에게 받은 수많은 상처들을 다독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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