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트랩-범인을 위한 덫, 독자를 사로잡는 덫

 이 스릴러는 첫 페이지부터 독특한 성격의 독백을 통해 독자를 흡입한다. 스스로 세계를 집 안에 가둬버린 주인공, 그 안에서 온갖 세상을 상상만으로 여행하는 그녀는 마치 실제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마침내 범인을 티비에서 발견하고 강제로 찢어 발겨지는 그녀의 안온했던 세상!

내 세상이 진동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침대가 덜덜 떨렸고, 책장이 흔들리더니 결국 부서졌다. 벽에 걸려 있던 그림 액자들이 바닥에 떨어지고, 유리가 산산조각 나고, 처음에 가느다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천장이 나중에는 쩍쩍 갈라졌다.  - 트랩 중에서-

 

  다시 한 번 인터넷 검색으로 그가 텔레비전에 나온 기자라는 것을 알아낸 그녀는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때 그 사건을 범죄소설로 만들어서 범일을 유인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치료제가 되도록! 동생이 살해당한 이후 내내 고통의 감옥 속에서 살아왔던 그녀가 이 기회로 범인을 잡고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트랩은 책 속의 책이다. 은둔 작가 린다 콘라츠는 자신만의 장점 '글쓰기'로 범인을 궁지로 몰아넣을 생각이기 때문이다. 책 속의 책에는 소설 속의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살인 사건 이전에 영혼이 파괴되지 않은 그녀를 닮은 캐릭터를 '조피'라고 명명한다. 조피와 함께 어두운 머리색을 가진 젊은 형사 요나스 베버도 만든다. 소설은 곧잘 그녀의 현실과 뒤섞인다.

책이란 우리 안의 언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해. -카프카-

 

 갑작스럽게 소설의 방향을 전환시키고 언론에 스스로 노출시키는 린다에게 당황한 출판사 담당자 노베르트는 당황해하며 찾아온다. 그녀는 자신이 글쓰기를 통해 현실을 극복하며, 이 책이 바로 도끼라고 그에게 말한다. 소설은 끊임없이 살인의 현장으로 되돌아가 새로운 소설이 된다. 그녀는 글을 쓰면서 매번 지독했던 그 과거로 되돌아가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소설은 정말 독특하다. 피해자를 다룬 스릴러들은 많다. 그러나 <트랩>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여느 소설과 다르다.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전형적인 피해자이지만, 어떤 문장들을 보면 아름답고 잔잔한 풍경 속에 사는 주인공같다. 마치 <빨간 머리 앤>처럼. 별들이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유일한 방법은 '반짝임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한다거나 태양이 뜨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하는 장면들은 전혀 스릴러같지 않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그 두 소설은 현실과 허구로 빽빽하게 이어져 있고.

 린다는 범인을 잡기 위해 매우 정성을 들여 트랩을 짠다. 심문을 하는 전문가를 불러 훈련을 받기도 하고, 운동을 하며 다시 몸을 단련시킨다. 트랩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세상 밖으로 점점 나오게 하는 것 같다. 트랩을 짜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녀, 과연 이 덫은 미궁에 빠진 사건의 범인을 단단히 옭아맬 수 있을까?

추천 : 정교하고 독특한 스릴러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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