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싸움에서 이기는 것과 이기는 인생을 사는 것은 다르다.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평소 선호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다. CEO나 변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책을 내는데 어쩐지 이들의 책은 대체로 오글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잘 이뤄내지 못하는 당당한 성공신화와 하늘을 뚫는 뿌듯함, 철철 넘치는 자신감까지. 저자들이 이뤄 놓은 사회적 지위나 부를 생각하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은 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자의 위화감, 부러움, 거리감 등이 저자와 나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에 선뜻 손을 내민 것은 바로 '적을 만들지 않고 단번에 갈등을 풀어내는 백전백승 지혜전략'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싸움만 골라서 하는 변호사가 적을 만들지 않는 전략을 썼다니, '지혜'를 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지혜'는 자주 울컥 하여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지혜'를 가진 사람이 남들이 쓰는 뻔한 문구를 쓰면서 보통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자화자찬하는 책을 쓰지도 않았을 것 같았다.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분쟁에 대해서라면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저자의 경험 덕분인지 강한 흡입력을 가진 책이었다. 자신의 성공기를 다루면서 '이렇게 하면 성공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다룬 책도 아니었고 책의 표지에 내 걸은 문구처럼 '지혜'를 구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법'이라는 전문적 지식을 가진 인생 선배의 글 같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곤 하는 사회 지도층이나 법조인들과 달리 사람들의 감정과 사정을 이해해 주는 변호사의 글.

 "프레임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의 첫 번째 글 '경고장보다 강력한 변지 한 통' 부터 굉장히 감탄하면서 읽었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지인의 동생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다가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건물주가 제 때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보증금을 바로 돌려받지 못하면 바로 다음 임대차 계약을 걸어놓은 곳에 위약금을 물게 생긴, 많은 세입자들이 겪는 다급한 문제였다. 처음 저자는 지인의 요청대로 경고장(내용증명)을 발송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료 변호사가 경고장을 보내고 오히려 일이 꼬여 감정싸움의 연속이 되었다는 하소연을 하고, 저자는 왠지 보증금을 주지 않는 건물주의 사정을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인의 여동생에게 문의를 한 결과, 처음엔 1층에서 슈퍼를 하는 건물주가 피아노 학원이 들어와서 건물의 격이 높아진다고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성실하기까지 해서 건물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날 학원에 들어온 건물주가 피아노를 뚱땅거리면서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하는 기색을 보였으나 그의 차림이 너무 초라하고 다른 학원생을 받는 데 지장이 생길 것 같아 약간 면박을 주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저자는 건물주가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동네 활동을 하는 스타일이라 그 일로 감정이 상해 돈을 주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판단하고 오히려 건물주에게 '감사장'을 보내라고 조언했다. 놀라운 일은 그 이후에 생겼다. 지인의 여동생은 조언대로 감사장과 함께 약간의 상품권을 동봉하여 보냈고 사흘 후, 건물주는 보증금에 이사비 50만원까지 더 얹어 입금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이솝우화 '나그네 옷 벗기기'가 생각났다. 바람이 아무리 강력하게 자신의 힘을 써도 오히려 외투를 꼭 감싸고 움츠리던 남자가 따뜻한 태양빛을 받고 겉옷을 훌훌 벗은 아주 소소한 이야기 말이다. 따뜻한 편지 하나가 법의 효력을 지닌 강력한 경고장을 이긴 것이다. 세상살이를 하면서 강력한 법의 보호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한 행동으로 해결이 된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좀 더 어릴 때 여동생과 다퉜던 대부분의 일은 따뜻한 말과 서로 간의 이해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고 친구들과의 다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남이 건드리면 순식간에 화르륵 불타올라 내가 당한 것보다 2배는 더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최근에 와서는 그 방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자의 문제 해결 방법을 더욱 본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병법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잘 이기는 방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라 하지 않는가.

 다음으로 유심히 읽었던 이야기는 "한끗 결정적 지식이 반전을 부른다"챕터의 '뭐라고요, 내가 뺑소니라고요?'라는 글이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이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를 탄 아이와 살짝 부딪쳤다. 여성은 아이가 괜찮은지 물었고 아이는 괜찮다면서 학원가기 바쁘다고 서둘렀다. 여성은 아이에게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주라고 하면서 자신의 명함을 주었고 일은 일단락 되는 듯 했는데 갑자기 그 아이의 삼촌이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므로 경찰에게 신고를 하면 뺑소니로 처벌받는다면서 고액의 합의금을 내 놓으라는, 사실상 협박전화였다. 이 일은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유심히 읽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뭔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고 그 남성과 직접 통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변호사로서의 법적 지식을 대면서 남성을 조목조목 밀어붙인 결과 남자는 삼촌이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저자는 '아마 그날 우연히 사건을 목격한 남자가 아이에게 명함을 확보하고 돈을 뜯어내고자 여성을 협박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만약 법적 지식을 가진 저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여성은 법을 악용하는 나쁜놈에게 사기를 당했을 것이다.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에피소드는 "인생은 단순 셈법으로 계산되지 않는다"의 '복을 짓는 사람, 악을 짓는 사람' 이었다. 자기 상황이 절박한 데도 힘든 상황에 처한 다른 이를 돕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요샌 착하게 살면 '눈 뜨고 코 베인다'라고 하는데 그래도 아직 사람 사는 곳이라 그런지 착한 사람이 복을 받은 훈훈한 에피소드도 있는 것이다. 세일정밀의 정태섭 사장은 회사를 살리고자 한 행동때문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주주에게 고소를 당하였다. 법을 잘 몰라서 사업부문을 넘길 때 계약서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던 그는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식이 없었던 것이었다. 사실 법적으로 정사장이 투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었으며 오히려 사업부문을 판 대금으로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결국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고 저자가 변호를 맡게 되었다. 형사 재판 제 1차 공판 기일, 정사장과 저자는 법정에 도착하여 먼저 진행되는 사건을 보게 되었다. 그 사건의 피고인은 23세 남자로 유흥주점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알바를 하다가 술집 손님들의 시비를 말리면서 남자를 밀치게 되었는데 불행히도 넘어진 손님이 이가 2개 부러지고 안면에 찰과상을 입어 전치 6주 진단을 받게 된 것이었다. 사실 합의만 하면 잘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피고인은 형편이 너무 어려워 합의금을 거의 마련할 수 없는 처지였고 고작 1000만원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될 처지가 된 것이었다. 그 사건을 지켜본 정사장은 청년을 구제해 주고 싶어 했고 청년의 변호사를 통해 합의금을 전달했다. 사실 자기 재판이 코 앞에 있는데 어려운 처지의 청년을 보고 돈을 덜컥 내어 주다니 세상에 어디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날 정사장의 재판은 간단히 끝났으며, 청년 또한 정사장에게 받은 합의금을 피해자에게 전달한 결과 징역6월에 집행유예1년형을 받고 바로 석방되었다. 한 달 후 정사장의 공판 기일이 돌아왔는데 재판장이 고소인이 자금을 돌려달라고 계속 요구하다 뜻대로 되지 않자 앙심을 품고 정 사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소하고 곤경에 빠뜨린 부분을 아주 집요하게 추궁하였다. 결국 정 사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며칠 후 저자는 그 청년을 변호했던 국선 변호사에게 전화를 받게 된다. 담당 판사가 그 국선 변호사의 고등학교 선배였고 안타까운 청년을 도운 정 사장의 이야기를 판사에게 전한 것이었다. 저자가 쓴 것처럼 "타고난 운명을 바꾸기 가장 쉬운 방법은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사건이었다.

 이처럼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을 말해 주고,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조곤조곤 이야기해 준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기 때문에 우리는 필수적으로 좋은 일과 나쁜 일 모두 겪게 될 것이다. 삶을 지혜롭게 헤처 나가는 방법 몇 개쯤 배워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것도 '선'을 행하는 좋은 방식으로.

추천하는 책 : 손자병법-슬기롭게 싸움에 대처하는 최고의 전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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