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서, <어수룩 호랑이>를 신청했는데 기쁘게도 당첨이 되었어요ㅎ 책에 나오는 호랑이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리뷰를 쓰고 빨리 전해주고 싶네요 ^^

 저는 <어수룩 호랑이>를 교육적, 전통적 관점에서 분석해 봤습니다^^

 

 현재는 한국의 산에 야생으로 사는 호랑이는 없습니다. 동물원에 사는 호랑이들도 다 수입해 온 호랑이들이죠. 그 이유는 일제시대에 질 좋은 우리나라 호랑이들의 가죽을 원한 일본인들이 마주잡이로 호랑이를 잡아서 씨를 말려 버렸기 때문이에요. 원래 우리나라는 호랑이가 많기로 유명했었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산이 70프로 이상을 차지했던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 같네요. 현대 사회처럼 총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호랑이는 매우 강한 야생동물이었고 인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성시 되는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 예로 토테미즘의 대표적인 동물이 호랑이였고 심지어 단군신화에 곰과 함께 나오기도 했죠. 또한 호랑이에게 잡혀먹히는 것은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굉장히 두려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웹툰에도 등장했던 창귀는 그런 민중들의 두려움 속에서 탄생한 귀신입니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원혼으로 다른 인간들을 꿰어 내서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만들죠. 고등학생들의 문학작품에도 나오는 아주아주 유명한 귀신이에요. (박지원 <호질>에 호랑이와 함께 창귀가 등장합니다.)

 

 민중들은 이렇게 호랑이를 두려워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친숙하게 여기기도 했고 그러한 흔적이 여러 전설과 민화에서 나타납니다. 이렇든 호랑이는 한국 민족과 깊은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이런 호랑이, <어수룩 호랑이>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요?

 

출처 : 한국데이터베이스 진흥원

 

 위의 그림은 한국데이터베이스 진흥원 출처의 민화 속 호랑이와 어수룩 호랑이의 모습입니다. 얼룩덜룩한 무늬를 갖고 익살스럽게 혀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어수룩 호랑이 그림과 많이 닮지 않았나요? 제가 <어수룩 호랑이> 동화책을 보고 감탄했던 이유 중 하나에요~ 어쩜 이렇게 우리 조상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동화책 그림과 글에 잘 표현했는지, 책을 훑어 보면서 아주 흐뭇하더라구요. 이 책을 조카가 접한다면 선조들이 호랑이를 대하던 인식과 태도, 설화 속의 호랑이 이미지, 전통적인 호랑이의 역할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상의 얼을 무의식적으로 엿볼 수 있겠죠? 또한 조카가 이 책을 보고 호랑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정말 좋아했다고 해요. 아이들은 재밌고 웃긴 것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이 책의 전체적인 그림은 민화의 표현 방법을 유사하게 차용해서 통일감이 느껴지도록 그렸어요. 그림의 색감도 전통 한지의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예뻐요. 실제로 그림 프린트가 한지로 오려붙인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있기도 해요. ㅎㅎ 촉감으로도 느낄 수 있는 재질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5-7세 수준의 동화책이지만 아직 이 나잇대의 아이들도 촉감이 색다른 것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동화책 내용은 왕의 탄생으로 시작해요. 예쁜 나비들이 구름을 장식하고, 왕이 내려오죠. 이 부분은 굉장히 단군신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최대한 전통 설화, 신화를 접목하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단군신화, 시조신화 등도 매우 익숙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곳곳에 의성어 의태어도 적절히 사용했더라구요. 아이들에게 구연으로 들려주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어수룩 호랑이는 귀엽게도 용을 따라하려다가 호랑이 무늬가 생기기도 해요. ㅎㅎ 아이들도 다른 어른들을 따라하다가 사고를 치죠? 어수룩 호랑이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마의 王왕 자도 장난을 치다가 생깁니다. 왜 호랑이에게 무늬가 생기게 되었는지 아이들의 시각에서 호기심을 무럭무럭 불러일으키는 내용이기도 해요. 눈알이 데굴데굴 커다랗게 생긴 호랑이의 그림은 호랑이의 어수룩함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마지막으로는 어수룩 호랑이가 재미있게 그려져 집집마다 붙어있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민화에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쉽게 설명해 준 부분이에요. 보통 아이들은 호랑이에 관심이 많아요.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산신령 옆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고. 그래서 호랑이 이야기라고 말하면 쉽게 흥미를 붙일 거에요. 거기에 엄마아빠가 전통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의 전통적인 인식 등을 조금 더 공부하고 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면서 설명을 덧붙여 준다면 아주 훌륭한 교육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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