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생각 읽기"는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생각의 틀을 깨는 한 문장의 의미심장함>을 느끼기 좋은 책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지식생태학자'인 유영만씨는 이 책 외에도 많은 책을 출판했다. 지식 생태학이란 말을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았는데, 유영만씨 외에는 검색되지 않았다. 추정하건데, 지식을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하고 생태학을 연구하는 것처럼 접근했다는 의미에서 본인을 '지식생태학자'라고 한 것 같다. 처음 그의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쨌든 생소한 표현이므로, 지식생태학에 대한 설명을 책 서문에 곁들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 표지에서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책을 끝까지 읽어봐도 어떻게 다른 것인지 명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다. 그러나 같은 것을 놓고 언어유희로 재미있게 표현한 문구들을 보면 저자가 의도하는 바는

 "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자면 <세찬 '비바람'에 흔들려야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문구(63페이지)만 봐도 바람의 동음이의어 표현을 이용하여 "시련=비바람'을  '바람=바라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보통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련이 순식간에 우리가 바라는 소망이 되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언어유희를 이용하여 '나쁜 것'을 '좋은 것'으로 바꿔 놓는 마법을 부려 놓았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가득 담아 놓긴 했지만, 글씨는 매우 널널하다. 디자인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이 책은 간단한 문구와 함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다른 책들에 비해, 그림이 담고고 있는 바도 글만큼 중요하다. 또한 짧은 글 안에 많은 것을 표현하여 시각적으로는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고 마음은 꽉 차는 느낌이다. 글씨도 반듯반듯 정자로만 되어 있지 않다. 어떤 글은 거꾸로, 세로로, 가로로 쓰여 있다. 심지어 미로를 따라가거나 구불구불 쓰여 있는 것도 있다. 따라서 머리가 복잡할 때,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싶을 때 이 책을 훑으면서 마음에 보는 문구를 읽으면서 소소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책이다.

 

 따라서 신영복씨의 '담론'이나 '강의'와 같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나 깊이 있는 성찰을 기대한다면 이 책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다. 생각이나 사고방식에 대해서 다룬 것이란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를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또는 아기자기한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따라서 책을 읽기 싫어하는 자녀에게 재미있게 읽으라고 사 줘도 될 것 같다.(청소년들이 좋아할 문구도 많다)

 또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야 하는 책이 아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아무 페이지나 읽고 쓰윽 미소짓다가 덮어도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디자인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위와 같은 느낌을 받기를 원했던 저자의 의도인 것 같다. 간단한 문구, 간단한 그림, 그리고 독자에게 최대한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줄 것.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은, 책의 첫페이지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우주의 그림을 간단히 그려 놓았는데, 아마 인간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를 품고 있으며, 수많은 우주들이 모여 커다란 우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허블망원경 등으로 찍은 나사의 아름다운 우주 사진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페이지만큼은 우주의 광활함과 신비를 나타내지 못 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전체적인 그림 톤을 맞추기 위해서 우주그림도 간단히 나타낸 것 같다.)

 

 

 프롤로그를 읽다 보면 유영만씨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다섯가지 요소가 나온다. Passion(열정), Innocation(혁신), Trust(신뢰), Challenge(도전), Happiness(행복). 이 다섯가지에 중심 가치를 두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 문구들은 회사광고나 인적자원개발론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용어들이다. 힘든 사회분위기와 경쟁 속에서도 독자들이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스스로를 연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긍정적이고 혁신적이고 도전있는 자세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말들이 많다. 그래서 이제껏 힘들게 달려오다 한 템포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책이 아닐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짤막하지만 내가 흥미롭게 봤던 문구 몇 가지를 적는다. 이 외에도 학교에 급훈으로 붙여 놓으면 좋을 것 같은 센스있는 말들이 많다.(재미있는 급훈으로)

 

 끝을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끝까지 가 보는 것이다. 그런데 끝은 또 다른 시작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끝'에 '머리'가 있는 끄트머리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끄트머리라는 말을 찾아내어 새롭게 풀이한 점이 굉장히 창의적이다)

 

 기질대로 살아야 기성을 넘어 개성을 발휘하면서 자기 길을 갈 수 있다.

 

 갑자기 사고를 쳐야 갑자기 사고가 이전과 다르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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