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친구 하나가 해금을 연주했었죠. 학교축제 때 국악제가 열렸고, 그 때 들었던 해금과 대금 소리가 어린 저를 뒤흔들었습니다. 국악제 공연이 어린 저에게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사물놀이 공연도 저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더라구요. 그 때 저에게도 한국인의 피와 가락이 흐른다는 걸 알았죠.^.^

해금이 두 줄로 음을 내는 악기라는 걸 친구에게 듣고, 그 많은 소리가 두 줄에서 나온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소해금은 무슨 악기인지 궁금하더라구요. 이제서야 저는 북한에서 60년대에 음역대별로 소해금, 중해금, 대해금, 저해금으로 개량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도 옛날에(25년 전쯤...) 들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해금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곡이 나오는데 반갑더군요. 제가 좋아하던 엔리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이더라구요. 영화 "미션"에서는 가브리엘 신부가 오보에로 불던 곡인데 소해금으로 연주하니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은 발랄한 느낌이었는데, 소해금으로 연주하니 차분하고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그의 솔베이지의 노래는 장엄한 느낌인데, 소해금으로 연주한 곡은 처연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큰아이가 드보르작의 유모레스크와 파헬벨의 캐논을 좋아하는데, 소해금으로 들어도 좋다고 하네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도 피아노곡이 아니라 소해금으로 들으니 다른 느낌이던데요.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과 슈베르트의 숭어는 듣기 편하게 변주되어서 부담없이 들을 수 있더라구요. 클래식판으로 들려주면 우리 아이들은 좀 지루해 하거든요.
고섹의 가보트는 너무 익숙한 곡인데 제목과 작곡가는 첨 알았네요.^^
베르너의 들장미도 오랜만에 들으니 옛생각이 나면서 좋더라구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하프시코드로 연주한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소해금으로 연주하니 더 을씨년스럽더군요.

전체적으로 모두 몇 번씩은 들은 곡들이고, 익숙해서 듣기에 부담이 없고 편안합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점은 서양의 유명한 곡들을 연주 혹은 변주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 소해금으로 국악을 연주한 줄 알았거든요.

클래식은 좀 부담스러워서 듣기 편한 크로스오버 판을 찾으신다면 권해드립니다. 모두 유명한 곡이어서 낯설지 않고, 소해금으로 연주(국내에 하나뿐인 음반)해서 색다른 맛도 있습니다.

연주자 박성진 씨의 삶도 파란만장했을 것 같은데 제가 아는 바가 없네요. 그래도 드라마 동이의 해금소리가 이 분의 연주였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해금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거든요. 다음 번에는 소해금으로 하는 국악연주도 나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네요.(상업성이 떨어지겠죠?) 지금까지 음악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아줌마의 평이었습니다. 저는 소해금 소리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그 때 그 시절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0^



박성진, 소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