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고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맛을 아는지 고기만 먹으면 힘이 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아이에게 앞으로 고기를 먹지 말라고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고기를 좋아하고 매일 사람을 만나기에 실천할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육류소비는 가급적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몇 권의 책과 보도자료, 미디어의 소식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던 설마 했던 사실들이 눈앞에 펼쳐진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걱정되는 부분은 제가 거부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을 통제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우린 수많은 육류 가공품에 길들여져 있고 거의 모든 식단이 육류 가공품 위주로 짜여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맛입니다.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버거는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하는 음식입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0157:H7 대장균에 걸린 아이들 대부분은 익히지 않는 버거를 먹고 비참하게 죽어갔습니다. (미국 질병 통제센터는 매년 0157:H7 대장균이 40,000 건 정도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의사들은 정확한 병명을 알지도 못하고 발병사례를 보고할 의무도 없다고 합니다.)

참혹할만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입니다. 갈수록 흉폭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원균이 발생합니다. 여물을 먹어야 하는 소는 우식종이 되어 광우병을 일으키고 오염된 도살장에선 항생제에 찌들려 도축된 가축들과 부산물들이 섞여서 가공되어 전 세계의 식탁에 오르고 있습니다. 신은 인류에게 가축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지만 인간은 도살이라는 이름으로 가축을 학대하고 결국 인류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균을 만든 인간은 또 다른 항생제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세상이 바뀐 것일까요? 먹는 것은 인간 생존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도축은 목장주를 살찌우고 항생제는 의료 기업을 살찌웁니다. 결국 인간은 실험 대상입니까? 한치 앞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덕적 양심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정부와 그들이 옹호하는 기업이 과연 언제까지 존속할지 의문부터 가져야 할 것입니다.

게일A. 아이스니츠는 HFA(인도주의적 축산협회)의 조사관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입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내어 고발하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 미 농무부 말단관리인 티모시 워커의 편지는 그녀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됩니다. 그가 말한 곳은 비정상적으로 운용되는 미국 도살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살장에 처음 들어 갔을 때 제가 본 것은 단테의 지옥 편의 삽화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옥도 이곳보다는 덜 비참할 것입니다.’

워커의 제보에 따라 게일이 밝혀낸 도살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하기만 합니다. ‘자비로운 도살법’에 의해 한 번에 죽어야 할 소들이 완전히 죽지 않은 채 사슬에 묶여 거꾸로 레일로 매달려갑니다.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소는 레일에서 떨어져 작업자에게 달려들거나 오염물질이 가득한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죽음을 앞둔 가축들은 이미 이성을 잃은 동물입니다. 직원들은 팔이 부러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달려드는 뿔에 받히기도 합니다. 작업자들은 달려드는 가축에게 몽둥이나 칼을 휘두릅니다. 자신의 칼에 얼굴을 베이기도 하고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작업자들은 역시 이성을 잃고 가축에게 더욱 잔혹한 일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는 관리자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수수방관합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며 곧 바로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작업장을 스톱시키는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 역시 어떠한 발언도 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나마 작업장을 스톱 시킨다는 것은 곧 기업에 엄청난 손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도살당하는 가축, 도살하는 작업자 그들에게 인간적인 배려란 조금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추악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거나 이민자들인 이들에겐 도살장의 일마저도 무척 얻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고용주들은 ‘당신 말고도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언제나 협박을 강조합니다.

매년 미국에서는 1억1백만 마리의 돼지가 도살되고, 3,700만 마리의 소와 송아지가 도살되고, 400만마리가 넘는 말과 양이 도살된다. 그리고 80억 마리가 넘는 닭과 칠면조가 도살된다. 그리고 서있기 조차 힘든 철망 우리에서 800억개가 넘는 계란을 생산해 낸다.

정말 엄청난 숫자입니다. 하지만 이면엔 미국 정부와 기업들간의 끈끈한 유착관계가 얼마나 잘 작동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량의 육류를 소비하는 미국인들에게 고기는 거의 절대적인 음식입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도축되고 오염된 도살장에서 나온 가축들의 진실을 안다면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일의 노력은 언론의 차가운 시선과 미 농무부의 집요한 방해 공작을 받지만 결국 워싱턴 포스트 1면을 장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도살장’이란 책입니다. 이 책은 1997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간 미국 정책이 상당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로서는 반가운 일이겠지만 이제 미국의 육류정책은 미국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맞아 부쩍 자란 송아지, 아주 더럽게 오염된 물통 속에서 몸무게가 불어 얼려진 채로 나오는 가금류(8%의 이익이 더 나온다고 합니다), 폐기되지 않은 채 섞여져 나오는 가공된 육류제품들, 이 모든 것들을 정확히 알고 거부할 수 있는 한국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들은 이제 미국을 벗어나 전세계로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