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삶이 의미가 없었던 적이 있을까?

가비(가브리엘라)네 가족은 가난하지만 자연을 최고의 선물로 여기며 산속에서 살아가는

소위 말하는 전근대적인 라틴아메리카의 서민들이다.

그들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은 애정과 사랑으로 빛을 주신 하늘에 감사를 느끼고 땅에 씨앗을 뿌리며 하루를 감사히 살아가는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가비는 나무소녀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척이나 나무를 잘 탄다.

그녀에게 숲은 엄마의 품이자 친구, 그리고 삶의 터전이었고 나무는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도구 였던 것이다.

가족들은 고대로 내려온 마야의 숭엄한 전통과 인디오 고유의 삶을 간직한 채 가난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올바르지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근대적인 힘을 두른 초자연적인 인간들은 군인이라는 이름으로 산비탈 마을을 감시하고

결국은 남자, 여자 그리고 아이들을 학살한다.

가비네 가족은 몰살을 당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알라시아만이 충격으로 벙어리가 된 채 과거의 흔적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가비는 결국 고향을 탈출하고 가는 도중 엄청난 학살 장면을 목격한다.

나무 위에 숨어 꼼짝 못하고 이틀을 지낸 가비는 정체성의 문제에 휩싸이고 분노와 고통에

삶을 던져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한 혈육 알라시아 마저 잃어버린 채….

가비는 죽을힘을 다해 멕시코로 탈출하지만 난민 수용소는 그녀에게 또 다른 고난의 시작일

뿐이다.

그녀는 오직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자아를 억누른다.

죽지않고 살아가는 그녀에게 한줄기 희망이 보이니, 알라시아가 살아 돌아온 것이다.

그녀의 아픈 마음은 조금씩 예전의 가비로 돌아가고 마리오와 함께 난민 학교를 연다.

하지만 마리오는 전쟁터로 떠안고 가비 역시 떠날 결심을 하지만 결코 나무에 올라가지 않을 거라고 비겁한 자신에게 약속했던 가비는 알라시아의 손길로 나무에 올라가고 새로운

삶의 여정을 바라본다.

더 높은 곳을 보기 위해서…

전쟁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결국은 죽음뿐이다.

죽음은 떠난 자든 남은자든 가슴 아픈 상처와 고통을 남기게 되고 기억 속에서

평생을 멍울지며 살아가야 될 것이다.

하지만 가비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한다.

자본주의의 수돗물과 냉장고가 아닌 풋풋한 고향의 흙을…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면서 삶의 방향을 말하고자 했던 작가의 필치에

깊은 감명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