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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천재’

한국사에서 바라보는 천재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의 우리들이 싫던 좋던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모습들의 대부분은 그들이 이루어 놓은 업적에 한걸음을 움직이는 것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

성리학적인 유교가 대세를 이루던 조선시대가 불과 100여년 전이지만 불교는 이미 대중적인 종교로서 국민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선종의 조계종으로 불리는 현 불교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보조국사 지눌은 무신의 난 시대 무신과 불교계의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불교계의 학살 속에서 잘못된 불교의 올바른 길과 교종과 선종이라는 양대 교파의 통합에 힘을 썼고 3번의 깨달음으로 왕권과 결탁한 교종의 깨우침을 알리고 정혜쌍수, 돈오점수라는 불교의 교리를 전파한 고려 시대 최고의 천재다. 비단 그가 학문으로 이루고 져만 했다면 저서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그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의기를 앞세운 한국 불교의 창시자였던 것이다.

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의 사상과 교리가 우리 곁에서 있는 것은 가히 천재의 의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이 전부 안 된다고 할 때(심지어 국왕 마저도) 침착하게 세상을 바로 보며 강동 6주를 얻은 최고의 천재 외교관 서희, 만일 그가 지금 대한민국의 외무부 장관이라면 일본의 독도 문제나 중국의 동북공정 따위의 문화적 침략 행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관노 출신으로 세종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많은 과학천문기구들을 만들어낸 장영실, 신분제를 뛰어넘고 피나는 노력과 천재성으로 우리의 과학을 빛낸 천재다.

발해고를 편찬한 역사 지리 대가 유득공, 굳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통일신라만이 우리나라의 영토라 여기며 살아온 고려, 조선의 군주들에게 자가심을 일깨워주면 남북국 시대를 알게 해준 진정한 천재다.

이이, 이가환 이상설은 너무도 유명학 대 학자이자 당대를 풍미한 선비들이다.

위정자의 덕을 최고의 정치 이면으로 설파한 당대의 대가 율곡 이이,

그는 성리학을 조선의 유교 이념으로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조가 너무나도 아꼈으나 당쟁에 휘말려 불운한 세월을 보낸 이가환,

구한말 헤이그 밀사로 일본의 폭정을 세상에 알리고 신구 학문을 두루 섭렵한 천재 이상설,

이들은 시대가 뒷받침 되지 않았으나 천재로서의 비상한 능력으로 당대를 이끌었던

한국사의 천재들이다.

최치원은 최초로 당나라에서 급제하고 벼슬을 지낸 천재중의 천재다.

역사 신라의 그릇된 진골제도에 희생양이 되어 그 풍운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외로이 사라져 갔다.

김시습은 어떤가? 세종이 5살의 김시습의 문장에 탄복하여 비단을 내려준 일이 있다고 한다.

김시습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채 산천초목을 유랑하며 수천 편의 시를 지었다고 하니 그의 기이한 행동이 어찌 타인의 마음에 들었으며 그의 본 의지를 알았겠는가?

신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이벽,

그리고 문장의 대가들 이규보, 정철, 황현…

너무 아쉽다.

이분들의 역사적 자료를 단순하게 한 줄로 표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다.

천재들의 행로가 순탄치마는 않은 것은 그들이 시대의 영위했기 보다는 앞일을 내다보는 탁월한 지명과 뛰어난 의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함이 곧 그들을 시기하는 세력을 불러들이고 결국 그들은 쓸쓸히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 이념을 둘러싼 온갖 냄새 나는 권력의 시녀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은 나라의 썩은 부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깊게 자리잡고 세상을 외치는 한국사의 천재들..

결국 역사의 주인공은 그들이다.

조선조 최고의 아웃사이더라 칭하는 김시습은 자신의 천재성을 알면서 세상에 뜻을 펼칠 수 없음을 한탄하며 매월당의 생애를 정의하였다.

‘ 그림자는 돌아다봤자 외로울 따름이고

갈림길에서 눈물을 흘렸던 것은 길이 막혔던 탓이고

삶이란 그날그날 주어진 것이고

살아생전 희비애락은 물결 같은 것이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