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장편소설이다.
도서관에서 읽을책을 고르다가 제목이 맘에 들어 골랐다.
물론 작가의 이름 석자도 고려되었지만..

말은 참 신비하다.
무한정 지루하고 귀에 박히지 않는 말이 있는가 하면
빨대로 쭈욱 빨아당기듯이
내가 그리 힘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빨아당겨지는 말이 있다.
박완서의 글이 그런 것 같다.
얼핏 보면 너무나 평범한 듯한 말들의 연속임에도
그의 말엔 힘이 있으며 나름의 리듬감도 가지고 있어
굉장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집중케 한다.
명징한 언어의 향연이랄까.. ^^

그녀의 나이 이제 일흔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는 할머니의 흔적을 느낄 수 없다.
젊은 여자의, 결혼한 여자의, 이혼한 여자의 심리와 감정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중년남성의 심리와 감정에 대한 서술은 작가가 여성임을 잊게 한다.

다소 특별해 보이면서도
여기 하늘아래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을 통해
갖가지 사소한 일화들을 엮어내어
사회에 대하여 대화를 시작한다.

예술가라면 그래야 할 것 같다.
사회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품으로 얘기해야 한다.
소설가는 소설로, 시인은 시로, 화가는 그림으로, 가수는 노래로
배우는 연기로, 감독은 영화로..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이용하여
평범한 대중 한 사람 이상의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자 한다.
자신의 생각이 마치 진보적인 것인양,
(진보적인 것은 항상 좋고 옳은 것이란 굳은 믿음을 전제로)
마치 객관적이고, 정당한 것이어서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박완서는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통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말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 대화를 걸고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독자스스로 판단하기를 기다린다.
나는 그분의 그런 어른스러움이 너무나 좋다.


(생전 처음 보는 어휘들이 종종 등장하여
의미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는게 좀 아쉽긴 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