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의 글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내가 읽어본 그의 글은 [뇌]와 [나무]가 전부여서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전쟁과 폭력, 이기와 파괴로 점철된 지구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

'탈출만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생각아래

거대한 프로젝트가 기획된다.

별빛을 받아 동력을 받는 우주선

거대한 돛이 유유히 펼쳐져 마치 나비처럼 우주를 항해하고

내부엔 거대한 회전기둥을 설치해 인공중력을 만드는,

그래서 14만 4천명의 인간이 1천년을 여행할 수 있게 설계된

거대한 우주선, 이게 바로 파피용이다.

 

1천년을 여행하면 새로운 지구에 도착할 수 있고,

여기서 전쟁도, 폭력도, 이기심도, 파괴도 없는

새로운 희망의 지구를 만들자는 거다.

 

이런 야심찬 계획은 이미 파피용 내부에서부터 좌절된다.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 이후

파피용 호에도 법과 감옥이 생기고

경찰과 입법부, 행정부 등이 생기고

편의상 선출한 시장은 점차 권력화되어 간다.

세대가 바뀌자 파피용호는 지구와 다름없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공간으로 뒤바뀐다.

전쟁이 끊임없이 터지고, 침략과 약탈이 계속되고,

오직 폭력으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탄압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이렇게 1251년을 여행한 후 겨우 생존한 사람은 고작 6명이다.

이중 남녀 2명이 착륙선을 타고 새로운 지구에 도달한다.

이 때부터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생명을 잉태한 여자는 뱀에 의해 죽고,

남자가 자신의 갈비뼈로 인공수정을 해서

새로운 생명인 여자를 탄생시킨다.

새로 태어난 여자는 남자의 이름 에드리앙을 아담으로 발음하고,

파피용호 여행중 최초로 폭동을 일으켜 우주여행을 좌절시키고자

했던 사틴을 사탄으로 발음하고,

파피용호를 처음 계획한 이브를 야훼라고 발음한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이것 참 발칙한 상상이 아닌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신선한 상상력의 세계로 안내되어 

나 또한 즐겁게 우주여행을 한 기분이지만,

파피용에서의 인간의 모습은

인간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