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어를 알아서 이 글을 원서로 직접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 영어로 읽나 한국어로 읽나 번역본이니 얼마나 그 느낌이 살 수 있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글을 번역해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 준 재능(!)을 가진 번역가님들에게 무척 고마웠다. 비록 그 번역가님들은 나를 모르겠지만. 더구나 한국어판 이윤기 선생님은 최근에 돌아가셨으니 그 안타까운 마음이 더욱 그지 없다. 

영어로 읽다가 어려워서 한글판도 후에 읽고, 움베르토 에코 교수의 작가노트도 읽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서 그 때는 더 잘 윌리엄 수도사와 다른 사람들간의 토론을 나도 이해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현대소설이지만 걸작이라고도 생각이 든다. 

에코 교수님이 제임스 조이스와 제임스 조이스의 영향을 받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은 면도 있고, 포스트모더니즘 적인 면도 있고, 중세의 이야기이지만, 상당히 현대적인, 아니 더 진보적인 혹은 탈현대적인 그런 소설이기도 했고.. 
많은 메타포들이 있어 두꺼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많았겠지만, 나는 이번에 알리나르도라는 노수도사에게 가장 관심이 갔다. 
자신의 꿈을 이루지도 못했고, 자신의 적에게 어떻게 대처하지도 못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우도 받지 못해 노망이 든 노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알리나르도는 그냥 나에게도 처음엔 헛소리만 해제끼는 노인이었는데 후반으로 갈 수록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삶이 그 나름대로 파란만장했음이 보이고, 그의 말들이 오류도 있지만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님에도 모든 소통이 단절된 상황. 수도사가 자기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선 안되겠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알리나르도 노 수도사를 위해 울어줄 수도 있었다. 아니, 울었기도 했다. 어느순간 나는 잡고 있던 이야기의 한 귀퉁이를 놓고, 알리나르도 노인과 만났다.

몇 년 뒤, 이 책에서 전혀 비중없는 알리나르도는 내 마음속에서도 죽어 없어지게 될까(그의 아픔을 잊게 된다면...? 두렵긴 하다)...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을 때 그 땐 내 눈엔 뭐가 보이고, 내 귀엔 무엇이 들리고, 내 마음엔 무엇이 울릴까?

최근의 소설이지만, 이 책은 정말 명작이고, 고전이다. 이 책을 읽을 기회를 주신 분, 분들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