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모아 태산, 가랑비가 바위를 뚫는다. 라는 말이 자살에도 적용이 됩니다. 10대 소년 클레이의 학교에 한 여학생이 자살합니다. 교실에는 그 여학생의 자리가 비어있고, 클레이에게 7개의 테이프가 신발 포장상자에 싸여 배달이 됩니다. 하루 종일 밤을 세워 클레이는 이 테이프를 모두 듣게 되는데요. 한 면 마다 한나라는 그 여학생을 자살하게한 이유, 그 이유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음성사서함 같은 메시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20대 후반인 제가 읽기에는 여전히 한나가 정말 죽고싶을 정도였을까,에 대해서나 한나가 오해를 풀기 위해서 했던 더 엉뚱해 보이는 행동들이나 하는 것들에 모두 다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그런 일들이 마음 아플 법도 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남은 기간 꾹 참고 보내면 고등학교 때 친구들하고도 떨어져서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었고, 더 심한 오해, 루머를 몰고 다닐 일도 없었을텐데, 매번 한나는 그 오해를 벋기 위해서, 혹은 외로움에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한나를 이용할 뿐인 친구들을 만나 다시한번 상처받고, 더 큰 루머의 딱지를 붙이게 됩니다. 
 정작 한나를 충분히 도와줄 수 있었던 친구와는 가까이 지내지를 못하고, 마음을 먹어버리고 피할 수도 있었던 나쁜 일을 그대로 맞이하고, 선생님께는 상담하러 가서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 선생님이 잡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험하려는 행동도 하고, 그런 부분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부분에서 내가 나 자신을 조금만 양보하고 숙이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소녀처럼 보였거든요. 

 이 책이 저에게 주는 의미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들의 일들이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꾸려져 나가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그러니 이해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힐 수 있었다는 데에 대해(일반적이 얘기도, 실제 사례도 아니었지만요)서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남자 작가가, 여고생의 마음을 훤히 꿰뚫는 것처럼 썼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요. 그렇지만 한나 자체에 대해서, 클레이에 대해서,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조금씩 아쉬울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