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클래식은 읽을 때마다 느끼는 바,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많아서, 항상 감정과, 머릿속 생각을 풍부하게 해주면서 당시 사회상, 시대상, 혹은 그 분야 속 이야기를 생생히 담아서 배울게 많은 책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클래식, 고전은 이러한 특성이 있어 책을 한 번 이상 읽지 않는 내가 여러번 읽도록 해준다. 

위대한 개츠비도 마찬가지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버리려던 책이 아까워 읽은 초등학교 시졀,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에서 개츠비를 읽지 않은 사람하곤 친구가 될 수 없다나? 해서 다시 읽어본 고등학교 시절(왜 그게 좋다는지 이해가 안가서), 대학에 와서 영어에 관심이 생겨 얇은 축약본과 한글판을 같이 읽었던 것과, 그 2년 뒤에 학교 과제로 읽었던 것 한 번, 영어로 도전해 보고 싶어 바로 다음 학기인 요즘 다시 읽어보게 된 것이 내가 그동안 개츠비를 접해오던 횟수다. 서너번쯤 되는 줄 알았더니 다섯번째가 된다.

개츠비에게 가장 동정적이었고, 공감했던 때는 고등학교 때였다. ’그래도 개츠비는 몰두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 나에게 로망이었다. 물론 대학교에 와서도 심리적으로 진로에 대한 방황은 여전히 하고 있었지만 학과가 정해지고, 하고 싶은 것이 조금씩 드러나서일까. 세 번 째 읽을 때에는 담담한 관찰자 닉에게 관심이 갔고 네 번 째 읽었을 때에는 다혈질에 저급한 느낌을 주는 톰에게 오히려 관심이 갔다. 톰과 그 주변인물인 머틀 윌슨, 데이지.. 사실 부인에게 알리고 바람피우고 두 여자에게 똑같이 사랑과 질투를 느끼는 듯한 톰이 제일 이해가 안가서 이기도 했다. 이혼을 요구해놓고 개츠비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불편해 못견뎌하는 모습이 말이다.

이번에, 다섯 번 째, 원서로 읽은 개츠비는 다시 닉, 혹은 닉-조단 커플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다. 이번엔 이상하게 닉에게서 정감이나 호감이 확실히 사라져 버렸다. 조단 베이커 양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데이지와 개츠비를 만나도록 가운데에서 결정적으로 도와준 인물이 닉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 말씀대로 사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라면 어쩌면 소설 내내 일관되게 관찰하는 것이 옳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닉은 데이지를 초대해놓고 개츠비와 만나게 해주었고, 그 행동 자체에 대한 책임의식이나, 미안함 같은 것은 눈꼽만큼도 없이 이후 데이지와 개츠비의 밀회, 톰과 데이지의 불화, 그 사이에 끼는 개츠비의 대담한 행동까지 마치 심리 실험을 상황극을 통해 하고 있는 연구자처럼 관찰하고만 있었다. 

사촌이었으면 데이지가 어떤 속성을 지닌 인물인지, 어떤 인물이라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었을 텐데 개츠비를 소개 시켜준 것은 무슨 의도 였을까, 단순히 조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였다면 정말 생각없이 한 행동은 아닐까. 어떻게 보면 머틀 윌슨이 죽은 것도, 개츠비와 데이지와 톰이 갈등관계를 겪고 결국 개츠비가 죽임을 당하는 이런 엄청난 일련의 사고의 중심에는 닉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개츠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닉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사실 나는 이번 권에선 잘 못 느끼겠다. 아무리 계획적이고 차분한 사람이었어도 뒤늦은 아버지의 자식자랑은 무의미하기만 했고, 닉이 소개하는 호감가는 개츠비와는 다르게 내가 읽어낸 개츠비는 철두철미하고, 술은 조금도 입에 대지 않아 늘 이성적이지만, 뒤에서는 밀거래를 하고, 부정축재를 하였으며, 남편있는 여자도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하늘 찌르는 자신감에 다시 한 번 기가 질렸을 뿐이다. 
솔직하고 순수해? 누구나 자신과 가장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나, 잘보여야 할 사람에겐 조금더 솔직해지거나, 적어도 그렇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나?...

다섯번을 읽었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에 느꼈던 닉에 대한 배신감같은 감정이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