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문국진 선생님의 법의학 책들은 항상 재미있다. 해부학적인 견지에서 분석한 명화들도 자연히 색다르게 다가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었을 때, 가장 딱딱하지 않아 보여 읽기 시작한 문국진 선생님 책은, 법의학이 재미있는 나와, 미학이 좋은 내 동생 둘 다 모두 좋아하는 책들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시대를 막론하고 명화속에 등장한 표정에 대한 해부학적 분석과 표정이나 각종 명화에서 끌어다 쓰고 있는 상징, 암시를 통해 화가나 그림 속 주인공의 심리를 풀어준 책이다.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의 일인지...... . 표지의 여인이 인상적이어서 읽고 싶었기도 했다. <잊을 수 없는 여인>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전을 다녀온 후부터 러시아 그림이 유독 매력적으로 보이게 됐는데(이전에도 그렇게 느꼈지만, 러시아 화가의 그림인지 몰랐다.) 이 그림의 여인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이 인물의 표정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아하' 하는 기분이 들고, 왠지 전부터 이 그림과, 그림속 인물을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책은 크게 4파트로 나뉘어 있었던 것 같다. 책의 제목으로 말미암아, <표정의 심리>를 읽어준 부분이 첫번째 파트, 그리고 두번째, 세번째 파트는 <해부학과 해부학적 관점에서 본 명화속 표정>인 것 같고, 마지막 파트는 현대미술에서 바라본 그림 속 표정이다.
지금 목차 확인을 하지 않아 정확한지는 않겠지만, 독자로서 느끼는 큰 맥은 크게 이렇게 4가지였던 것 같다.

나에겐 첫번째 파트가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래서인지 상대적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고 재미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단숨에 읽어버려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두번째 파트는 얼굴 근육에 대한 해부학적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고 세번째 파트에서 표정에 따른 안면근의 설명과 실제 그 표정에 해당하는 사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러한 표정에 따른 분류로 명화를 나누어 다시 뜯어본다.

아쉬웠던 부분은 몇몇 군데의 오타와, 맨 마지막 현대미술에서 바라본 그림 속의 표정이나 상징 등으로 알 수 있는 심리상태에 관한 설명이 앞의 설명들하고 갑자기 잘 이어지지 않았던 느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작가의 배경을 설명하고, 심리위주로 풀이한 글이어서, 일반 도슨트의 설명이나 미술 교양서와 큰 차이가 없는 마지막 부분이었던 것 같아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법의학자로서 이토록 미술에 해박한 지식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덕분에 여러가지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이 책을 읽은 것이 매우 유익했다.

기대한 만큼, 재미있고 유익해서 좋았다. 다시 또 읽을 기회가 오길 기대해본다.
인터넷에서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을 본적이 있었는데, 문국진 선생님 책에서 나온 내용을 출처 표시도 안하고 그대로 인용한 것 같았다. 그만큼 식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 게시자를 믿고, 그 블로거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워할 뻔 했다. 그리고 그런 내용들이 식상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뻔 했다. 그런 점은 조금 아쉬운 기억으로 남는다.

읽으면서 여러번 생각한 것은 이 책이 영어번역서로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요즘 영어로 된 책 읽기에 빠져있는데,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영어로 만난다면,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보다도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