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은 의사이면서 작가 뺨치게 잘 쓴 소설이라고 해서, 또 매우 감동적이라고 해서 읽었다. 정말 소문대로 강력 추천할 만한 책이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나 마음이 찢어지게 아파서 한동안 호세이니 책을 못 읽을 거 같단 느낌도 든다. 물론 the Kite Runner는 이거랑 슬픈 정도가 비교 안될 정도로 무난해서 읽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처음엔 harami니, hamshira니 중간중간 나오는 외국어(아마 아프가니스탄 어이겠지?)가 나와서 짜증도 나고, 뭔가 답답한 초반에 읽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초반 꾸역꾸역 세장씩 읽은 것도 잠시, 시간도, 피곤함도 있고 정말 말그대로 오열을 하면서 영화보듯이 주욱 읽어내려가다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정말... 영화 같았다. 계속 오래 울고 난 것처럼.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그래도 결국은 <해피엔딩>이라는 어느 블로거의 말 때문이다. 해피엔딩은 무슨. 마음이 아픈 건 아픈 거다. 그 아픔은 그 어떤 이야기로도 회복될 수 없게 호세이니 아저씨가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의 삶. 집에서 사용하는 물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아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전쟁이나 정권 교체로 생채기 나는 서민들의 삶에 속상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착하고 소박한 꿈을 가졌던 마리암이 느꼈던 죽음 앞의 두려움에 공감이 가서 더 끔찍하고 끔찍했던 그런 책이었다.

식탁에서 내가 읽은 책 이야기라며 엄마에게 이야기해주었을 때, 엄마도 그 충격을 공감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가 있지? 어떻게 그런 대우를 받을 수가 있지? 하다가 이기적이게도 한국에서 태어나서 너무나 고맙고 다행이야. 하는 말도 했다. 

단숨에 읽는다면,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 한편, 그러면서 다큐멘터리처럼 생각해볼만한 그런 영화를 봤다고 느꼈을 텐데, 오랫동안 시간 끌고 읽어서 아무 이유없이 무기력해지고, 면역력도 약해져서 병도 자주 걸리고, 우울해 있는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 그러니까, 울적한 책 한 권에 우울증이 생긴 것 같은 느낌?

애써 다른 좋은 책, 재미있는 책, 드라마, 영화를 봐도 밤만 되면 이 책의 소름끼치도록 불공평하고, 말도 안되는 장면들이 악몽처럼 떠올라 잠이 안온다. 그런 탈레반 정권, 그 이전 전쟁속의 라일라와 마리암의 삶은 공포영화보다도 더 무섭다. 
아마도 공포영화는 현실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을 주로 다루지만, 이건 세상 한 켠에서 누군가 소리없는 울음을 울며 당하는 고통이기 때문에 무서운 일일 것이다. 

작가 자체가 남성이고, 어떻게 보면 작가 본인도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약간이나마 할 수도 있을텐데, 이런 남성의 입장에서 이런 여성들의 삶을 그려 냈다는 것에도 처음엔 의아했었는데, 정말 이런 삶이면 굳이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플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정말 무섭다.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도 순간순간 아픈 장면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정말 한동안 마음놓고 울고 싶을 때, 아니면 국제 재난, 구호, 국제관계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아프가니스탄 지난 50여년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다면(시대상황이 정말 잘 나와있다)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인상깊은 구절]

p.144

 In fact, Babi thought that the one thing the communists had done right--...(생략)...more specially, the education of women.
...(중략)...
 Women have always had it hard in this country, Laila, but they’re probably more free now, under the communists, and have more rights than they’ve ever had before, Babi(father) said, ... But it’s true,... it’s a good time to be a woman in Afghanistan. And you can take advantage of that, Laila. Of course, women’s freedom--...

p.396

 She would never play with Aziza’s children.(이 말에서 정말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
It was not so bad.(몇 번이고 반복되는 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