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김홍도의 삶을 연작형태로 엮은 작품이다. 작품은 5개의 연작으로 되어있는데,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 ‘천지개벽 서당에서’, ‘도깨비 놀음’,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이다. 우선 각각의 작품을 하나씩 살펴보자.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는 어린 김홍도가 광대패 무동인 들뫼와 그의 누이 순님이를 만나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천민계급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서민의 생활상을 그린 풍속화를 그리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그만의 상상력으로 맛깔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이 작품은 2003년에 제 1회 ‘푸른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 전개가 자연스럽고, 어린 홍도의 내면이 잘 묘사되어있는 수작이다.

‘천지개벽 서당에서’는 김홍도의 그림인 ‘서당’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서당’을 보면 가운데에 훈장이 있고 좌우에 학동들이 앉아있다. 훈장 바로 앞에는 한 아이가 다리를 움켜쥐고 울고 있다. 아마 스승에게 매를 맞은 모양이다. 이 그림은 아주 유명해서 다들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작가는 이 그림 속에서 그만의 이야기를 찾아냈다.

 노비 신분이었지만 속량된 차돌이가 서당으로 나오면서 양반의 자제인 범호와 갈등을 빚게 되고, 중인이던 홍도는 난감해한다. 작가는 이런 갈등구조를 통해서 조선시대의 신분제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도깨비 놀음’ 은 스물한 살의 김홍도가 중요 행사를 담는 의궤 <경현당 수작도>를 맡았을 즈음의 이야기이다. 천재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김홍도의 자존심은 대단했고, 그러한 자존심 때문에 동료화원들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렇지만 김홍도는 우연히 어떤 노파와 노파의 손녀인 연홍이를 만나게 되면서 도깨비세상을 맛보게 된다. 김홍도는 그림이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그림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 은 김홍도가 중인의 신분으로 연풍 현감의 벼슬을 하게 된 이야기이다. 정조가 벼슬을 내렸을 때 노론의 양반들이 반대를 많이 했다. 김홍도는 관직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백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방의 양반들과 자꾸 부딪히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나중에는 이런 양반들의 모함을 받아 파직이 된다. 화가 김홍도가 아닌 관리로서의 김홍도의 모습이 자못 흥미로웠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 은 제5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지구를 떠나며』(푸른책들, 2008)에 발표한 작품이다. 노년의 김홍도를 그리고 있는데, 병중에 있는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들인 연록의 월사금도 제대로 대주지 못한다. 아들이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만 그는 아들에게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다그친다. 김홍도가 아들 연록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위대한 화가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말년 작품 ‘추성부도(秋聲賦圖)’에 얽힌 이야기는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김홍도, 조선을 그리다>는 위와 같이 5개의 작품으로 되어있다. 개략적으로 김홍도의 삶을, 어린 시절, 젊은 시절, 관직에 있던 시절, 노후 시절로 나누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장편이긴 하지만, 연작의 형태여서 그런지 전체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그래서 역사소설로 보기에는 서사성이 미흡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김홍도라는 한 예술가를 시기별로 집중해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개성과 독특함이 있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약 5년이라는 시간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 긴 시간 동안 작가는 김홍도라는 한 인물에 깊이 천착했을 것이다. 그는 역사 속 그림으로만 만났던 한 인물을 마침내 지면으로 불러들였고 그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 했다. 독자들은 살아 숨 쉬는 김홍도와 만나서, 그와 기뻐했고 슬퍼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책 한 권을 통해 위대한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것이 독서의 매력인 것 같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각각의 작품에 언급된 그림을 각 작품 속이나 부록으로 넣어주었더라면 독자들은 작품에 대해 감회가 더 깊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