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6. 승무원들이 전부 다 잘생긴 남자들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담요를 세 장이나 청해 덮고도 급속 냉동고의 참치처럼 벌벌 떨었다.

- ㅋㅋ 역시 요리하는 여자!

 

p18. 산티아고에서도, 내가 떠나온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혁명을 시도하다 죽어갔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피노체트 이야기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모든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배우고 있을까?

 

p22. 포도밭과 포도에 해충이 오는것을 미래 경고해주기로 유명한 장미 덤불

 

p22. 비프 부르기뇽을 한 솥 끓여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면 행복하겠다고 말하자 안내를 맡은 미겔이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웃으며 나에게 핀잔을 준다.

  "떠나와서도 친구들 생각뿐이야?"

 

p23. 미겔은 소믈리에 공부를 했지만 와잉 메이커로 살고 싶단다. 칠레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란 듯싶어 오스트레일리아로 유학을 갈까 고민중이라고도 했다. 칠레도 와인 산업이 발달했고 나름 공부도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머물러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며,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 지구별에 살고 있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

 

p28~29. 그네들에겐 별것 아닌, 고작 과일이나 말린 허브들에 감탄해서 꽥꽥대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가게 주인들이 모두 구경한다.

 

p38. 난 그저 그늘진 벤치에 등을 편하게 기대앉아 씻어 나온 딸기를 씹으면서 곤잘로 루발카바와 찰리 헤이든의 음악을 번갈아 들으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그뿐, 발디비아의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쾌청하지만 약간은 우울한 헤이든의 [퀘텟 웨스트]와도 잘 어울렸다.

 

p51. 시장의 단골 가게 아주머니는 밤에 산티아고로 돌아간다고 하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체리를 봉지에 담아준다.

- 체리... 꼭 먹어 보겠다. 꼭!

 

p53. 볼베레(Volvere). 돌아와. 살사 추러 다니면서 나오는 노래 속에 많이도 들었던 단어. Volvere.

  "응. 다시 꼭 올 거야. 친절한 로사 씨도 잘 있어요."

 

p62. 만약 산티아고에서 멘도사까지 버스로 이동할 계획이 있다면... 다행히 빈속이어서 추한 모습은 안 보였지만 빈속일 경우에 더 위험하다고 한다. 토하더라도 억지로 음식을 먹거나 물을 계속 마셔야 한다면서 한 시간이 넘는 국경 통과 도중 내내 물과 주스를 먹이며...

 

p70. 덕분에 결혼식에 온 사람들이 울면서(?) 와인을 마셨다나.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자랑'이 국민성이라고 하던데... 어쨌거나 아버지가 딸을 위해 와인을 만들다니... 눈물 나게 낭만적이지 않은가.

 

p97. 음악은 대부분 라이브 밴드가 아닌 CD를 틀고 춤을 춘다. 진짜 라이브를 들을 수 있는 유명한 탱고바는 말도 안 되게 비쌌다.

 

p110~111. 바이아에서 태어나 히우에서 활동하며 카르멘 미란다를 통해 전 세계에 삼바를 알린 천재저긴 작곡가 도리발 카이미의 유명한 노래 Samba da minha terra가 떠올랐다.

 

  삼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랑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제정신이 아니거나, 발이 아파 춤 못 추는 사람일 거야.

 

  점점 굵은 비가 온다. 삼바를 좋아하지 않는 이 아저씨, 두려워해야 하는 걸까?

 

p136. 산타테레사와 라파를 가로지르는 트램을 꼭 타보고 싶었는데... 영화 [흑인 오르페]에서 오르페우가 운전하던 바로 그 트램. 아쉽지만 레슷토랑에서 식민지 시대의 고불고불한 자갈길과 트램 선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p137. 바로 조지 벤 조(Jorge Ben jor의 CD로 갈아끼웠다. 그러자 차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흥분모드로 전환! 한국에서는 잘 안 듣던 음악인데 역시 히우의 기후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언제나 그렇다. 그 음악이 태어난 곳에서 들으면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아들고, 묘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p137~138. 뒷좌석의 하버드 인도 청년들이 조지의 음악 한 곡이 좋다며 두어 번 다시 듣길 청했는데 재미있는 건, 마침 그 노래의 제목이 '타지마할(Tajmahal)'이다. 인도의 향기가 느껴진 걸까? 편곡에 인도 악기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신기한 일이다. 내가 "이 노래 제목이 타지마할이야"라고 말해 주었더니 다들 말도 안 된다며 놀라워했다.

 

p165. 하루가 멀다 하고 공연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광장은 노예들이 묶여 벌 받았던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그저 오래된, 낭만적인 도시의 한 풍경으로 보일 뿐이다.

 

p172. 삼바는 명사 뿐만 아니라 '삼바하다(Sampbe)'라는 동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오랜만에 학생으로 돌아간, 썩 행복한 기분이라니.

- 아, 아름답다. 그 곳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p177. 그래서인지 어느 날 공연장에서 몇몇 사람들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나를 보며 같이 온 켄야에게 물어봤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게 기억에 남는다.

  "저 여자, 사실은 브라질 사람이지?"

 

p187. 이날은 워낙 도둑이 많아 카메라 잃어버렸다고 경찰들에게 말해도 왜 이런 날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냐며 오해려 야단맞기 일쑤라는데.

- 흠... 그렇군. 여행가기 전에 메모, 메모!

 

p193. 카니발 기간 동안 많이 불리기는, 다니엘라 메르쿠리의 노래가 있다. 바이아와 카니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노래들 중 가장 부드럽고 확실하고 사랑스러운 노래.

 

  이 환상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언젠가 평화가 전쟁을 누르고, 인생이 하나의 큰 카니발이 되겠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다. 카니발이 끝나면 또다시 다음 카니발을 기다리는 이곳 사람들...

 

p197. 바람이나 소원 같은 것. 솔직히 빌어본 일이 거의 없었다. 바라기만 하는 기도는 안 된다고 배웠었다.

 

p205. 그리고 다음에는 바다를 보며 헛된 소원을 빌기보다는 조금 더 나를 생각하며 기도하겠다고. 당신이 아닌 오직 나를 위해. 지금은 비록 나 자신보다 당신을 더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p206. 난 일단 뉴욕과 뉴올리언스를 포함해, 일명 재즈 트레인이 거쳐가는 모든 지역, 이를테면 시카고, 캔자스시티 등을 기차로 한 번 훑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p207.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재산은 석유도 커피도 설탕도 아닌 음악이야." - 브라질

 

p209. 하긴 그녀 나이 스물일곱. 나로서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의 그녀에겐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듯, 그녀 역시 그럴 수 있는 때가 되면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일'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를 알게 되겠지. 그때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좀 더 아파야 할 거야. 남의 충고를 귀담아듣는다 해도 자신이 겪어야 할 몫의 아픔들을 피해갈 수는 없을 테니까.

 

p247. "늦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 남은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 그러기에도 너무 짧아. 결혼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일찍 할 필요도 없어. 그리고 나중에 나처럼 홀로 떠나와서 남은 인생을 어찌 살지 계획하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 혼자 나온다고 해서 반드시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싸우고 그럴 생각은 없어. 같이 있어도 아무 감정도 안 생기는 나이라면 각자 살아도 되잖아. 나도 이젠 나 스스로 혼자 얽매이는 거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이지 않고 떠나온 거라고."

 

p247. 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하고. 하지만 과거의 일들을 두고 생각해 봤자 다시 돌아갈 순 없다는 것. 현명하게 나이 먹는 방법은 조금 더 빨리 포기하고, 정리하고, 털어내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조용조용 이야기를 이어간다.

 

p267. 멕시칸 스크램블드 에그

 

p273. 목표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가 살았던 '블루 하우스(Casa azul)'와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의 생가에 갔다가 일요일마다 열리는 코요아칸의 시장까지 둘러보고 오는 것.

 

p276. 프리다 부부와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의 생가에도 들른다. 그의 인생을 사진으로 전시해놓은 것을 먼저 보고,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에게 도끼로 살해당한 사무실이며 부엌까지 둘러봤다. 혁명가의 부엌, 사무실, 떠나온 고향과 완성하지 못한 혁명 그리고 배신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을 정원까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는 늘 마음이 무겁다. 특히 그것이 죽음과 연결될 때는 더더욱.

 

p286. 남미라는 대륙이 얼마나 거대한 곳인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과 남미가 같은 아메리카 대륙이니 서로 가깝다고 착각하는데, 뉴욕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만 해도 열두 시간이 걸린다. 서울에서 런던 가는 시간과 비슷한 셈이다.

 

p290. 라마 북부 바닷가 어딘가에 정말 새들이 죽어 있는 곳이 있을까? 라는 궁금증. 물론 로맹 가리(Roman Gary)의 쓸쓸한 글 때문이겠지만. 나 역시 '피가 식기 시작해 이곳으로 날아올 힘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새들이 모일 만큼, 정말 그렇게 쓸쓸하고 조용한 풍경인지 보고 싶었다.

 

p292. '한국국제협력단(KOICA)'

 

p312. 멕시코 사람들은 살사(Salsa)와 룸바(Rumba), 메렝게(Merengue)를 즐겨 듣는데, 이곳 페루에서는 살사도 듣지만 쿰비아(Cumbia)가 자주 나온다.